<마약왕>

송강호 배우의 열연만큼은 화려하게 빛나지만.

by 뭅스타

지난 2015년 청불 영화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총 관객 수 900만을 돌파했던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과 믿고 보는 송강호 배우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마약왕>을 관람하였다. 시사회 후기가 호불호가 심하게 갈렸던터라 다소 걱정되기도 했던 이 영화는, 간단히 말해 생각했던 것보다는 제법 만족스럽게 다가온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197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밀수업자 이두삼이 마약 사업에 눈을 뜨게 되며 본격적인 스토리가 펼쳐진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지만 뛰어난 상황판단능력과 말재주로 단숨에 일본과 부산의 마약업을 장악하게 된 두삼은 돈과 명예에 대한 더더욱 큰 욕심에 사로잡히게 되고, 그 결과 더이상 빠져나올 수 없는 나락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마4.jpg


139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동안 영화는 온전히 두삼이 사업을 벌이고, 성공하고, 타락하기까지의 과정에 집중한다. 안상구, 이강희, 우장훈이라는 세 인물 각각의 스토리가 교차적으로 펼쳐졌던 <내부자들>과 달리 이 영화는 두삼이 등장하지 않는 시퀀스를 찾는 편이 더 쉬울 정도로 철저히 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이렇게 한 인물에 집중한 감독의 우직한 뚝심은 결론적으로 꽤나 성공한 듯 보인다.


물론 어둠의 세계에 발을 디딘 인물이 성공을 맛본 후 더더욱 큰 무언가를 노리다가 겉잡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기본적인 플롯은 전혀 새롭지 않다. 그러한 플롯은, 시간적, 공간적 배경도 유사한 <범죄와의 전쟁>이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등 보는 내내 다양한 영화들을 떠올리게도 만들며 결코 스토리 자체만 봤을 때 특별한 무언가를 선사하지는 못한다.


마3.jpg


그러나 희한하게도 그 진부한 스토리에도 불구 영화는 꽤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 흥미의 8할 이상은 송강호 배우의 공이라고 봐도 될 정도이다. 주인공 두삼을 연기한 그는 늘상 봐왔던 흔한 소시민 연기에서 시작해 약에 중독돼 헤어나올 수 없는 지경에 놓인 마약왕에 이르기까지 영화 안에서 실로 다채로운 연기를 강렬한 아우라로 표현해낸다. 특히 후반부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이 배우의 연기를 동시대에서 지켜보는 것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


송강호 배우가 연기한 두삼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가운데에서도 영화에 등장한 다양한 배우들의 활약 또한 두드러진다. 김대명, 김소진, 조우진, 이희준, 이성민, 윤제문 등 충무로에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 상황에서 그들은 각자가 연기한 캐릭터를 무척 훌륭히 소화해내며 극의 무게감을 더한다. 특히 다른 작품에서보다 한층 더 진중한 캐릭터를 연기한 조정석 배우의 연기는 그 중에서도 두드러지는데, 다만 김정아를 연기한 배두나 배우는 평면적인 캐릭터와 적은 비중 탓에 기대보다 아쉬운 활약에 머물고 만다.


마1.jpg


앞서 말했듯 시사회 이후부터 평이 꽤나 엇갈린데다 큰 성공을 거둔 <내부자들>에 비해 아쉽다는 평가가 많은 만큼 개인적인 감상과 달리 남들에게 쉽게 추천하지는 못할 것도 같다. 다만 소신있게 끄적이자면 송강호 배우의 강렬한 연기와 투박하지만 흥미로운 연출 덕에 139분의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흘러간 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며, 오늘 함께 개봉한 <스윙키즈>보다는 이 영화에게 한 표를 던지고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트루먼 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