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에 대한 불신을 씻겨낸, 제임스 완의 심폐소생술.
DC에 대한 자연스러운 불신과 제임스 완에 대한 믿음이 공존하는 상태에서 관람한 오늘의 영화 <아쿠아맨>. 국내외 반응이 여타 DC 영화들에 비해 꽤나 좋았던 만큼 속는 셈 치고 관람한 이 영화는, 정말 걱정과 우려를 제대로 불식시킬 만큼 대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이쯤 되면 제임스 완은 감독이 아니라 의사라고 불러야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
등대지기 인간 톰과 아틀란티스의 여왕 아틀라나가 서로에게 이끌려 아들 아서를 낳고, 아틀라나가 다시 아틀란티스로 돌아가게 된 과거를 빠르게 집약해서 보여준 오프닝 시퀀스부터 단숨에 흥미를 사로잡은 영화는 이후 아서가 성장해 육지와 바다의 평화를 위해 여정을 떠나는 과정 또한 제법 매력적으로 그려낸다. 바다의 모든 왕국을 통치하는 권력을 얻고 대규모의 전쟁을 벌이려는 옴의 계략에 맞서 아서와 제벨 왕국의 공주 메라가 힘을 합해 전설의 삼지창을 찾기 위해 나서는 여정은 143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러닝타임 내내 굉장한 매력을 자아낸다.
지난 5월 개봉한 <데드풀2>에서도 DC유니버스의 영화들은 마냥 어둡기만 하다는 풍자가 들어간 상황에서, 이 영화는 여느 DC영화와 확연히 다른 매력을 갖는다. 제법 위트와 유머를 갖춘 주인공 아서와 그에게 협력하면서도 수시로 티격태격하는 메라의 관계는 흡사 마블의 <앤트맨과 와스프>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중간중간 웃음을 자아낸다. 더불어 비행전투씬은 <스타워즈>를, 아서와 메라의 여정은 <인디아나 존스>를, 후반부 다규모의 전투는 <반지의 제왕>을 연상시킬 만큼 영화는 여러 블록버스터 영화가 자아낸 재미까지 다른 매력, 다른 개성으로 선사한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그야말로 무척이나 화려한 비주얼이다. 아틀란티스 왕국을 비롯해 사하라 사막과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등 지상의 풍경, 제벨, 브라인, 피셔맨, 트렌치 등 지하 왕국의 풍경을 묘사한 영상미는 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현란하고 아름답게 펼쳐진다. (물론 이 점은 IMAX가 아닌 일반 2D로 관람할 경우 조금은 밋밋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영화 중간중간 펼쳐지는 각종 전투 씬 또한 히어로 영화에서 기대하는 바를 충분히 충족시켜주는데, 새로운 히어로의 단독 무비를 매력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는 올 2월 개봉한 <블랙팬서>보다 훨씬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처음 등장했던 <저스티스 리그>에선 썩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아쿠아맨이라는 캐릭터에 활력과 에너지를 제대로 부여한 것 역시 영화의 강점으로 다가온다. 물론 때에 따라서 아쿠아맨 아서보다 그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는 메라가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아쿠아맨> 솔로 무비의 속편에 대한 기대치를 한층 높여주기엔 손색없어 보인다. 크게 두 명의 빌런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아버지에 대한 복수로 아쿠아맨을 상대하는 캐릭터 블랙 만타의 퇴장은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후 그가 더욱 두드러지는 활약을 할 것처럼 암시했기에 이후에 나올 속편을 믿어보기로.
결론적으로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기대보단 걱정이 앞서는 DC의 새 영화임을, 특히나 그 중에서도 썩 인상깊지 않았던 아쿠아맨의 솔로 무비임을 감안하면 러닝타임 내내 생각지 못한 큰 재미와 화려한 볼거리를 안겨준 영화였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왠지 앞으로도 여전히 슈퍼맨 혼자 먼치킨같은 활약을 할 것처럼 예상되는 <저스티스 리그>의 속편보다 <아쿠아맨>의 속편을 더욱 빨리 만나보고 싶어지는 것만 해도 이 영화가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는지를 충분히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싶으며, 부디 속편에서도 제임스 완이 큰 역할을 담당해주기를 바라고 바라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