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셸리 :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왜 18세 소녀는 잔혹한 소설을 쓸 수밖에 없었는가.

by 뭅스타

어느 영화에서든 그녀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는 배우 엘르 패닝이 주연을 맡았다는 것만으로도 봐야할 이유가 충분했던 영화 <메리 셸리 :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을 관람하였다. 이 영화는 간단하게 메리 셸리가 '프랑켄슈타인'을 집필하기까지 겪어야 했던 혼란스럽고 위태로운 삶을 잔잔하면서도 흥미롭게 그려낸 작품이었다고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19세기 초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문학가 부부의 딸로 태어나 자연스레 문학에 관심을 보이는 18살의 주인공 메리가 낭만파 시인 퍼시와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 본격적인 스토리가 펼쳐진다. 첫 만남부터 운명적으로 서로에게 이끌린 퍼시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맞이하리란 기대가 무색하게, 남다른 이념을 가진 퍼시와의 만남에 메리는 점점 지쳐가고 설상가상 메리를 깊은 좌절에 빠뜨리고 마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메리는 미소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게 된다. 그러던 중 개성 강한 시인 바이런의 집에서 여름을 보내게 된 메리는 온갖 난잡함과 추악함이 들끓는 그곳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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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의 탄생'이라는 국내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어떻게 18살의 젊은 여자가 추악한 괴물이 등장하는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써내려가게 되었는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그려나간다. 자신을 창조한 물리학자 프랑켄슈타인에게 버림받은 괴물이 절망감과 고독함을 이기지 못하고 복수를 꿈꾸게 된다는 가히 섬뜩하고 충격적인 소설을 집필한 것이 18세의 여성 메리라는, 그 자체로도 꽤나 흥미로운 사실을 인상적으로 풀어내며, 마치 그녀가 집필한 소설 속 괴물처럼 그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메리의 심리를 담담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다룬다.


행복한 앞날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퍼시와의 만남에서 느끼는 고독함, 바이런의 집에서 목격한 바이런의 난폭함과 그때문에 괴로워하는 동생 클레어의 좌절 등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힘든 일들을 겪어야 했던 메리의 몇 달간의 이야기를 요약하고 있는 영화는,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연민의 시선을 보내게 만들고 그녀에게 감정적으로 이입하게 만든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메리를 연기한 엘르 패닝의 무게감 있는 연기가 한몫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상인 사람을 쉽게 찾기 힘들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끝끝내 이겨내고 나아가는 뚝심을 가진 인물을 소화한 그녀의 연기는 여느 때처럼 영화의 큰 힘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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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끝내 메리가 '프랑켄슈타인' 집필을 완성한 후의 이야기 역시 영화에서 눈여겨봐야할 부분이다. 온전히 그녀의 힘으로 이야기를 써내려갔지만 젋은 여성이 썼다고 하기엔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자신이 집필했다는 사실을 당당히 밝힐 수 없던, 여성이기에 억압받고 차별받아야했던 당시의 영국 상황을 그려낸 후반부 스토리가 던지는 메시지는 꽤나 묵직하게 다가온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전거조차 타지 못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극심한 여권 문제를 다룬 영화 <와즈다>로 주목받은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성 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가 메리 셸리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한 것 역시 메리의 삶에 자연스럽게 이끌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며, 그런 만큼 메리 셸리라는 인물을 보다 생동감 있게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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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전반적으로 메리 셸리의 심리와 동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도 그녀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퍼시, 클레어, 바이런 등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혹시나 <보헤미안 랩소디>의 벤 하디가 나온다는 이유로 이 영화를 관람한다면 생각 이상으로 적은 그의 비중에 실망할 수도 있을 듯하다. 한편, 메리 셸리가 보고, 듣고, 겪어야 했던 온갖 경험들과 이를 통해 위대한 작가로 떠오른 그녀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하지만 중후반부의 상황 묘사나 메리의 심리 묘사를 더욱 극적으로 그려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더불어 고구마 몇 개를 먹은 듯한 답답한 상황이 반복적으로 펼쳐지는 것도 다소 힘겹게 느껴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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