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C : 더 벙커>

오로지 액션만이 살아남을 뿐.

by 뭅스타

18.12.26. @CGV평촌


상업영화 데뷔작 <더 테러 라이브>가 큰 성공을 거두며 단숨에 주목할 만한 감독으로 떠오른 김병우 감독의 신작 <PMC : 더 벙커>를 관람하였다. 믿음직한 캐스팅과 짐짓 참신해보이는 소재가 기대를 모으는 한편, 시사회 이후 호불호가 극명히 갈린 탓에 걱정이 되기도 했던 이 영화를 관람한 소감은 한마디로 굉장히 당황스럽다. 거의 모든 면에서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탓에 혼란스럽기만 했던 124분의 관람이었달까.


영화는 캡틴 에이헵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민간군사기업 PMC가 지하 30미터 비밀 벙커에서 기밀 작전을 수행해가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작전을 앞두고 그들이 미처 알지 못한 다른 계획이 있음을 알게 된 에이헵은 급히 작전을 변경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애쓰지만, 나라 간의 복잡한 관계가 얽혀있는 벙커 안에서 에이헵 일행은 무사히 탈출하는 것조차 어려운 위기와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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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가장 큰 문제점은 분명 눈앞에 굉장히 긴박한 상황들이 펼쳐짐에도 이렇다 할 긴장감을 자아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을 연이어 맞이함에도 불구 주인공 에이헵을 비롯한 등장 인물들에게 쉽게 이입되지도, 그 상황에 온전히 몰입할 수도 없을 만큼 전개가 산만하게 펼쳐지다보니 그저 흘러가는대로 지켜볼 뿐이다. 전작 <더 테러 라이브>보다 스케일이 커지고 등장하는 캐릭터도 많아졌지만 영화의 긴장감은 절반에도 채 못 미치는 느낌이랄까.


한편 영화는 오프닝부터 계속해서 동료와 함께 살아남기 위해 도전할 것인가, 혹은 동료를 버리더라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길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딜레마를 끊임없이 던진다. 분명 이러한 메시지는 전반적인 서사에 매끄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을 듯 하지만, 전개 과정 내내 이 상황에 대해 언급하고 또 언급하다보니 마치 주입식 교육을 듣는 것처럼 느껴진다. 더불어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계속 언급하던 딜레마가 보란 듯이 펼쳐지는 후반부의 상황도 그저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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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계속해서 더욱 큰 사건이 벌어지는 영화의 전개 과정은 지나칠 정도로 치밀해 오히려 매력을 반감시킨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어떤 문제가 발생해 이를 어느 정도 수습해가면 또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다시 그를 수습해가면 또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식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데, 속된 말로 너무할 정도로 아다리가 맞다보니 영화를 본다는 느낌보단 하나씩 퀘스트를 수행해가는 롤플레잉 게임을 보는 듯한 인상을 자아내고 만다. 주인공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끊겼던 신호가 돌아오고 죽은 줄 알았던 누군가가 살아있단 것을 알게 되는 등의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자연스레 집중이 깨져버린달까.


물론 영화에는 두드러지는 장점도 있다. 대부분의 출연진이 외국 배우인 상황에서 그들의 연기는 흡사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를 보는 것 같았던 <스윙 키즈>에 비해 훨씬 안정적으로 다가오며, 위기 상황을 더욱 긴박하게 만드는 음악의 활용 역시 제법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몇몇 액션 시퀀스에서의 촬영이나 클라이맥스 시퀀스의 연출은 확실히 참신하게 다가오는데, 결국 그것 역시 <마녀>나 <안시성>의 액션처럼 '한국 영화치곤 새롭네' 하는 정도에 머물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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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시즌에 개봉한 네 편의 한국 영화 <물괴>, <명당>, <안시성>, <협상> 중 그나마 3점을 주었던 <명당>이 제일 나았던 상황이 이번 연말에도 그대로 재현될 것이라곤 전혀 생각지 못한 만큼 참 당황스럽다. 차라리 CJ가 <국가부도의 날>을 이 시즌에 내놓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한 편의 스릴이 가미된 액션 영화일 줄 알았던 이 영화가 올해 관람한 그 어떤 영화들보다 정치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당혹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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