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미끄러져버린 호소다 마모루.
19.01.16. @CGV평촌
<쿠르스크>와 <우행록>을 미리 안 봤으면 어쩔 뻔 했나 싶을 정도로, 보고 싶은 영화가 몰려있는 금주 개봉작들 중 가장 오래 전부터 기대했던 그 영화 <미래의 미라이>를 관람하였다. 비록 <썸머워즈>는 다소 무난했지만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늑대아이>는 물론이고 평이 엇갈렸던 <괴물의 아이>도 인상적으로 봤던 만큼 봐야할 이유가 충분했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이 신작은, 유감스럽게도 그의 영화들 중 가장 아쉽고 가장 이렇다 할 감흥을 선사하지 못하고 말았다.
영화는 네 살 소년 쿤에게 여동생 미라이가 생기면서 시작된다.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해오던 쿤은 미라이의 등장에 질투를 느끼는데, 그런 쿤에게 미래의 여동생 미라이가 찾아오고 엄마의 어린시절과 만나는 등 미처 설명하기 힘든 신기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며 점점 아들로서, 오빠로서 성장해간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쉽게 느껴지는 점은, 무척이나 독특하고 기발한 설정이 크게 와닿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감독의 네 전작들 모두가 일종의 판타지 요소가 가미되어 있었음에도 이전에는 그 설정들이 충분히 납득되었던 것과 달리 이 영화에서 쿤이 겪는 신비한 일들은 크게 빠져들지 못한 채 그저 제3자의 시각에서 지켜보게만 만든다. '보다보면 이해가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계속 지켜보게 되지만 결국 그 황당함은 마지막까지 해소되지 않은 채 끝나버린다.
영화는 어떤 면에서 감독의 전작들을 절묘하게 혼합된 듯한 인상을 자아낸다. 어린 남매가 중심이 된다는 점에선 <늑대아이>를, 후반에 펼쳐지는 독특한 시간 여행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그리고 가족이라는 테마는 <괴물의 아이>를 떠올리게 하는 지점들이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테마의 변형이 썩 인상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림체까지 달리 하며 펼쳐지는 후반부의 상황들도 상황 자체가 선사하는 기발함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어딘가 흥미롭기보다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어쩌면 그 무엇보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점은 영화의 주인공인 쿤에게 좀처럼 정을 주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저 나이엔 다 그럴 거라고, 아마 나도 그랬을 거라고 몇 번씩 이해하고 또 이해하려고 해도 시종일관 짜증과 투정을 부리는 쿤의 행동은 러닝타임 내내 적잖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마치 2017년에 개봉한 <보스 베이비>를 보며 보스 베이비라는 캐릭터가 마지막 순간까지 짜증나게만 느껴져 영화의 전체적인 만족도마저 떨어뜨린 것과도 비슷한 느낌이랄까.
더불어 쿤이 누군가를 만나 조금씩 성장하게 된다는 레퍼토리의 반복도 중반부 이후부터 급격히 힘을 잃고 말며, 과연 이 영화의 주 타겟층이 아이인지, 어른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지점들이 더러 존재하기도 한다. 너무나 유치한 질문이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이을 애니메이션 감독이 신카이 마코토냐, 호소다 마모루냐 하는 논쟁이 붙을 때마다 주저없이 호소다 마모루에게 손을 들어왔기에 그가 내놓은 이 당황스러운 괴작은 무척 아쉽기만 하다. (이제는 이 질문에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에게 한 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