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포리너>

성룡의 액션과 영화의 주제 사이의 부조화.

by 뭅스타

성룡, 피어스 브로스넌 주연의 <더 포리너>. 영화는 런던에서 살아가던 평범한 가장 콴이 의문의 폭발 사고로 눈앞에서 딸을 잃게 되는 것에서 시작한다. 딸을 죽게 만든 사고가 정체 모를 테러조직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 콴은 경찰을 찾아가 테러 조직의 정체를 알려달라고 하지만, 제대로 그들에 대한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콴은 무작정 기다려야만 하는 처지에 놓인다. 한편 아일랜드의 부총리 헤네시는 테러조직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애를 쓰면서도 영국과의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기 위해 몸을 사린다.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스토리가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아니 정확히는 복잡하다기보다는 난잡하다는 표현이 맞을까. 딸을 잃은 한 남자의 이야기에서 출발한 영화는 테러조직의 계획이 드러나고 이들을 헤네시가 추적하는 과정에 여러 살들을 붙이고 있는데, 이것이 어딘가 하나로 이어지지 못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물론 중후반부 그동안 숨겨왔던 헤네시의 진짜 목적이 드러나는 일종의 반전만큼은 제법 흥미롭게 다가오긴 하지만 콴의 과거사나 헤네시 부부의 콩가루 결혼사, 헤네시와 연관된 수많은 인물들과의 관계는 영화 중간중간 어딘가 샛길로 새는 것처럼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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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영화를 보며 가장 당혹스러웠던 것은, 국내외 메인 포스터에 등장하는 유일한 인물인 성룡이 연기한 콴이라는 캐릭터가 어딘가 주인공이 아닌 조연으로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가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하고 영화의 제목인 <더 포리너> 역시 그를 지칭하는 듯 보임에도 불구하고. 딸을 죽인 배후를 찾아내 복수를 하겠다는 살의로 가득 찬 콴의 부성애는 영국과 아일랜드 간의 관계를 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싶어 하는 헤네시의 우여곡절에 묻혀 크게 두드러지지 못한다. 결국 영화의 주인공을 콴이 아닌 헤네시로, 성룡이 아닌 피어스 브로스넌으로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주객전도가 되어버린 느낌이랄까.


더불어 영화 중간중간 극의 활력을 더해주기 위해 가미된 듯한 성룡 표 액션들 역시 큰 재미를 선사하지는 못한다. 아마 그 이유는 영화에서 성룡이 구사하는 각종 액션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너무나도 많이 봐 왔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리라. 특히 이른바 코믹과 액션의 조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재미를 선사했던 성룡의 맨몸 액션은 이번 영화에서는 웃음기를 쫙 뺀 채 진지하고 무겁게 펼쳐지는데 이것이 마냥 멋있고 화려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조금 뜬금없고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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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성룡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의 액션을 통해 재미를 선사하고자 한 것이 감독의 의도였다면, 그 의도에 비해 스토리가 지나칠 정도로 과하고 조잡하게만 느껴지는 탓에 그저 이도 저도 아닌 애매모호함만을 남기고 만 느낌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준비된 재료 자체는 중구난방이기만 한데 이것으로 <007> 시리즈나 <제이슨 본> 시리즈에서 느낄 법한 재미나 쾌감을 자아내려고 하니 되려 반감만을 낳은 기분이라고 할까.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 여전히 현란하고 투혼을 불사르는 액션을 선보인 성룡 배우의 열정에 만큼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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