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슬럼버>

최소한의 개연성조차 찾을 수 없는, 총체적 난국.

by 뭅스타

금주 개봉작 중 두 번째 영화로 강동원 주연의 <골든슬럼버>를 관람하였다. 영화 개봉 이후 후기가 대체로 혹평 일색이었던 탓에 극도의 걱정과 불안 속에서 관람한 이 작품은, 한마디로 말해 가히 총체적 난국이었다. 전개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더욱 망가져만 가는 영화를 용케 끝까지 본 나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질 따름..


영화는 모범시민상을 받을 만큼 착실하게 살아온 택배기사 건우가 어느 날 갑자기 유력한 대선후보 유영국을 죽인 암살범으로 몰리게 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무열에게 어떤 조직이 건우를 암살범으로 만들고 그 자리에서 자폭시키는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우는 그를 죽이려는 이들로부터 간신히 도망쳐 전직 요원 민씨와 만나게 된다. 이때부터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작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건우와 민씨의 고군분투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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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느끼는 거지만 좋았던 영화의 장점을 쓸 때보다 안 좋았던, 특히 이 정도로 안 좋았던 영화의 단점을 쓸 때가 훨씬 어렵다. 대체 어디서부터 지적을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에. 고개를 가로짓게 만들었던 요소들이 너무나도 많았던 이 영화 <골든슬럼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영화의 거의 모든 설정들에 '왜?'가 부족해 보인단 점이다.


하나하나 짚어보자면, 왜 국정원과 정부는 굳이 대선 후보 암살을 위해 그 정도의 수고를 들어야만 했는지, 왜 민씨는 건우를 그토록 필사적으로 돕고 있는지, 왜 건우의 친구들은 몇 년 동안 만나지도 않았던 그를 철석같이 믿는지 등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많은 의문을 제기하지만 마지막까지 이 중 그 어느 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끝나고 만다. 특히 분명 그보다 훨씬 쉬운 방법이 있었을 텐데도 국정원이 건우와 똑같이 목소리와 얼굴까지 바꿔가면서까지 그를 암살범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는 과정은 그저 황당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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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굉장히 당혹스러운 점은 유력한 대선 후보를 살해한 혐의를 쓴 주인공의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라는 영화의 주된 플롯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건우의 학창 시절 추억에 관한 에피소드가 필요 이상으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론 범죄 스릴러 영화로 분류할 수 있을 영화가 건우의 옛 친구들이 등장할 때마다 마치 <쎄시봉>이나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는 것처럼 따뜻하고 서정적인 감성으로 흘러가다 보니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을 따름이다. 심지어 전반적인 영화 스토리를 생각했을 때 건우의 친구들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아무 지장이 없을 것이란 확신이 들다 보니 이러한 범죄극과 휴먼 드라마 간의 이상한 조화는 무척 당황스럽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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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영화가 설득력 있게 느껴지지 못한 가장 큰 요인은 주인공 건우의 심리에 좀처럼 이입할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평생 착실하게 살아온 건우는 갑자기 암살범으로 몰리고 눈앞에서 친구를 잃으며 동업하기로 한 동생마저 잃는다. 이쯤 되면 아무리 성격이 착하디 착하다 할지라도 분노가 끓어오르기 마련일 텐데, 그는 다소 퉁명스러울지라도 그에게 도움을 주는 민씨를 보며 실실 웃기도 하며 제아무리 위급한 상황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 다시 말해 관객이 가장 감정적으로 이끌려야 할 주인공이 성실하고 성격 좋은 인물이 아닌 그저 미련하고 아둔한 인물로만 보이기 때문에 도저히 영화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고 할까. 그리고 그 캐릭터의 문제인지 연기 자체의 문제인지는 몰라도 강동원 배우의 연기는 최근 몇 년 간, 혹은 데뷔 초 이후로 가장 어색하고 어설프게 느껴진다.


이외에도 이 영화는 수많은 단점들로 가득하다. '그게 뭔 만화 같은 소리야'라는 극 중 누군가의 대사처럼 영화는 개연성은 물론이거니와 현실성도 찾아볼 수 없는 구석이 다분한 데다가 중간중간 도저히 이유를 모를 정도로 잔잔하고 또 잔잔한 음악들은 괴상하게까지 느껴진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0.5점이 아닌 1점을 주는 이유는 물론 95분 간은 굉장히 별로였지만 영화 초반 대략 15분까지 만큼은 꽤나 참신하고 흥미진진하게 느껴졌기에. 과연 원작 소설 혹은 일본 영화도 스토리나 캐릭터가 이 정도로 괴상하고 조잡할까 하는 의문이 강하게 들어서라도 원작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만큼은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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