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기예르모 델 토로 최고의 역작이라 부르고 싶다.
22일 개봉 예정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을 관람하였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만큼 부푼 기대와 함께 관람한 이 영화는, 가히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역작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영화는 미 항공우주 연구센터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엘라이자와 실험실로 끌려온 괴생명체 간의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언어장애를 앓는 엘라이자는 그녀처럼 어딘가 외로워 보이는 생명체에게 감정적으로 이끌리게 되고 그렇게 이들은 어딘가 불안하기만 한 실험실 환경 속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교감을 이어간다. 이러한 둘의 관계는 괴생물체가 실험실 보안책임자 스트릭랜드에 의해 해부당할 위험에 놓이며 위기를 맞는다.
예상했던 것처럼 인간과 비인간의 장벽을 뛰어넘는 우정, 혹은 사랑을 그린다는 점에서 많은 영화들을 연상케 한다. 누군가에겐 위협이 될 수 있는 존재와의 독특한 관계는 가까이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부터 멀게는 (비인간에 해당하는 사례는 아니지만) 팀 버튼 감독의 <가위손>을 떠올리게도 하는 상황에서 영화는 세부적인 설정들을 통해 자칫 전형적일 수 있는 플롯에 어마어마한 활력과 몰입감을 더한다.
영화가 인상적으로 느껴진 첫 번째 이유는 인간과 비인간의 사랑이라는 소재가 미국과 소련 간의 우주 개발 경쟁이 치열했던 196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그려진다는 점이다. 두 나라 간의 우주 개발 경쟁은 당장 지난해에도 <히든 피겨스>나 <스테이션 7> 같은 영화에서 다뤄진 만큼 마냥 참신할 것은 없을지라도 그 배경이 다른 두 종 간의 사랑이라는 설정과 맞물림으로써 꽤나 신선한 재미를 선사해낸다.
더불어 영화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점은 인간들의 욕심에 의해 해부될 위기에 처한 괴생명체를 돕는 이들이 하나같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요소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직접적으로 생명체와 교감하는 엘라이자는 어렸을 때부터 말을 하지 못하는 농아인이며, 그녀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두 인물은 각각 흑인인 젤다와 동성애자인 자일스이다. 그들을 향한 차별이 강했던 시대에 '옳은 일'을 하겠다는 의지로 뭉친 이들의 단합은 몰입감을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며 이들의 대사를 통해 자아내는 유머도 적재적소에 알맞게 활용되었다.
영화를 보며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델 토로 감독이 정말 제대로 작정했구나' 하는 것이다. 인물들의 대사나 내내 감정을 고조시켜주는 음악 역시 인상적이지만 이번 영화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인 장면 연출이다. 물방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시퀀스가 넘어가는 구성이나 극후반부 시퀀스에서의 촬영들도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지만, 특히나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가 알 만한 바로 '그 장면'의 연출은 <라라랜드>의 엔딩을 떠올릴 만큼 눈과 귀를 제대로 사로잡는다.
배우들의 호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이다. 마이클 섀넌, 리차드 젠킨스, 마이클 스털버그, 옥타비아 스펜서 등 쟁쟁한 배우들은 그들이 맡은 캐릭터를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훌륭히 소화해냄으로써 극의 긴장을 더해주기도, 극의 활력을 더해주기도 한다. 특히 말을 하지 못하는 농아인을 연기했음에도 다수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도 이름을 올린 샐리 호킨스는 그녀의 눈빛과 표정, 손짓만으로도 극도의 몰입감을 자아낸다.
결론적으로 다소 전형적일 수 있을 스토리가 시대상을 반영한 세부 설정들, 놀랄 만큼 매력적인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과 어우러져 무척이나 아름답게 다가온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어제 본 <플로리다 프로젝트>와 함께 만약 다시 관람한다면 평점이 더 오를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과 함께, 놀란 감독이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길 바라 왔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자연스럽게 델 토로에게 한 표를 던지고 싶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