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의미에서든 신선하긴 하다.
19.04.08. @CGV평촌
마블이든 DC든, 히어로 영화는 웬만하면 개봉일에 보는 편이라는 걸 감안하면 어쩌다 보니 꽤 늦게 관람하게 된 오늘의 영화 <샤잠!>. 후기들을 보며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관람한 이 영화는 굉장히 특이하고 또 특이했다. 마냥 좋았다고 하기엔 분명한 단점이 존재하고 그렇다고 마냥 별로라고 하기엔 나름의 장점이 있는, 모호한 재미가 있는 영화였다고 할까. 어찌 됐든 호불호가 극명히 갈릴 수밖에 없는 영화임은 확실해 보이지만.
영화는 선한 마음을 가진 후계자를 찾아 나서던 마법사가 어린 시절 헤어진 엄마를 만나기 위해 애쓰는 소년 빌리를 후계자로 선정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샤잠'이라는 이름만 외치면 온갖 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로 변신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빌리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데, 후계자로 선택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반감을 품은 시바나가 빌리를 찾아내면서 빌리와 가족은 위기를 맞이한다.
1974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이후의 전개에 대한 기대를 더하기 보다는 왠지 모를 불안함을 선사하면서 시작하는 영화는 어떤 의미에서든 이전에 보아 온 히어로 무비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안겨 준다. 여기서의 다른 스타일이란, 이전에 접해 온 DC의 다른 영화들에 비해 어린 관객을 타겟층으로 세운 느낌이 강하다는 점에서 비롯되는데 결국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신선한 재미를 안겨주는 영화로도, 그저 유치찬란하기 짝이 없는 영화로도 느껴질 수 있을 듯하다.
비록 근사하거나 세련된 느낌은 쉽게 찾아볼 수 없지만 이 <샤잠!>이라는 영화의 색다른 스타일을 받아들이고 관람하면 꽤 재미있게 느껴지는 지점들이 존재한다. 갑자기 각종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슈퍼히어로로 변한 14세 소년이 그 능력을 이전의 다른 히어로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발산하는 과정이나 위탁 가정에서 만난 프레디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가벼운 영화의 분위기를 그대로 받아 들이고 즐길 수 있는 나름대로의 재미를 선사한다.
(심지어 악동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비롯해) 히어로 영화에서 가족이라는 테마가 점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어린 시절 엄마와 헤어지고 위탁 가정에서 지내게 됐다는 빌리의 인물 설정도 영화 전체 흐름에서 유기적으로 활용되고 소소한 감동을 자아낸다. 나약한 자들만 가족을 찾는다고 말하던 빌리가 점점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아가고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여러 우여곡절을 거친 뒤 그들과 함께 힘을 모아 악당을 물리치게 되는 과정은 시대의 트렌드를 적절히 인상적으로 담아낸 장점처럼 보인다.
한편, 애써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해도 결국 고개를 가로짓게 만드는 부분들도 존재한다. 극 중 대사를 통해 언급되기도 하는, 조금은 조악스럽게 느껴지는 샤잠의 코스튬을 비롯해 샤잠이 히어로로서의 능력을 발휘하는 순간들의 CG나 세트 디자인은 이전에 접해 온 히어로 무비들에 비해 상당 부분 엉성하고 어설프게 느껴진다. 그것도 어느 정도 의도된 점이라고 이해하려고 해도. 더불어 빌런으로 등장하는 시바나와 그를 통해 자유를 얻게 된 일곱 대죄를 상징하는 크리쳐들은 그들을 지극히 소모적이고 편의적으로 활용하는 탓에 특별한 매력이나 활약을 느낄 수 없게 만든다.
또한 슈퍼히어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소년의 치기라고 받아들이기엔 때때로 14살이 아닌 7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샤잠의 행동도 중간 중간 예상치 못한 당황스러움을 선사하기도 하며, 불쑥 불쑥 등장하는 일종의 있는 유머 요소들이 좀처럼 웃음을 자아내지 못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이전에 보지 못한 색다른 히어로 무비가 선사하는 재미 정도를 제외하면 뻔한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이 영화를 내내 무표정으로 일관한 채 관람하게 되기도.
전반적으로 유치함의 정서를 깔고 있는 만큼 누군가에게 쉽게 추천하기 망설여지는 작품임은 분명하지만, 어쨌든 이전의 히어로 무비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영화를 제법 인상적으로 완성시켰다는 점에서는 그런 대로 만족스러운 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그나저나 샤잠의 여섯 능력 중 솔로몬의 지혜는 대체 어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