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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뭅스타 Apr 30. 2019

<파이브 피트>

점점 작위적으로 흘러가는 전개에 대한 아쉬움.

19.04.13. @CGV평촌


왠지 포스터나 대략적인 시놉시스부터 <안녕, 헤이즐>이나 <미드나잇 선>을 연상케 한 영화 <파이브 피트>를 관람했다. 영화는 사실상 시한부 선고를 받은 두 불치병 환자의 로맨스라는, 작정하고 눈물을 짜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은 소재를 마냥 신파로 풀어내지 않은 것만큼은 인상적이었다. 쉽게 와닿지 않는 설정들이 난무했다는 것이 흠이지만.

영화는 낭포성 섬유증이라는 질병을 앓고 있는 스텔라와 윌이 우연한 만남을 시작으로 병원에서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같은 병을 가진 사람끼리는 6피트 이내로 접촉해서는 안 된다는 치명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둘은 풋풋한 사랑을 키워가는 동시에 예고된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로맨스 장르물로 접근한다면 나름의 매력을 갖추고 있는 영화처럼 보인다. 이러한 매력은 대개 두 주인공 스텔라와 윌을 연기한 헤일리 루 리차드슨과 콜 스프로즈의 인상적인 호흡에서 비롯되는데, <지랄발광 18세>, <콜럼버스> 등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준 헤일리 루 리차드슨과 개인적으론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된 (해리 스타일스를 떠오르게 만드는) 콜 스프로즈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연인으로서 좋은 호흡을 보여주며 극에 몰입하게 만든다.

앞서 말했듯 자칫 굉장한 신파로 흘러갈 수 있을 소재를 최대한 담백하게 풀어낸 연출도 나름대로 만족스럽게 다가온다. 병원에서 생활해야 하는 환자들의 로맨스라는 점에서 다른 로맨스 영화들에 비해 공간의 활용을 다양하게 할 수 없다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병원 내에 이곳저곳을 활용해 두 인물의 풋풋한 로맨스를 그려나간 점도 특별하지는 않을지라도 무난한 재미를 안겨주기엔 충분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영화는 중반부 이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설정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꽤나 당황스럽게 만든다.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스텔라와 윌의 제약이, 이를 실제로 겪어보지 않은 입장에서 얼마나 힘들고 괴로울 것인가를 생각하며 최대한 이해하고 납득해보려던 부분들은 윌의 생일을 기점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리수로 느껴지고 만다. 그들의 상황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해도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들이 연이어 펼쳐지다 보니 점점 몰입이 깨지고 만달까.

한편, 스텔라와 윌이 서로에게 가까워지기 시작하는 초반부부터 영화에는 수많은 음악들이 깔리는데, 제법 트렌디하고 싱그러운 음악들은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켜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지만 어느 순간 그러한 활용이 다소 지나치게 느껴지기도 한다. 과연 한 편의 영화를 보며 이렇게나 많은 팝송을 들은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음악이 자주 삽입되다 보니, 영화에 등장하는 노래들을 홍보하고 들려주기 위해 영화를 만든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분명 스텔라와 윌의 사랑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들이 어떠한 결말을 맞이할지 집중해서 본다면 소소한 감동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로맨스 영화로써 제 역할은 충분히 해내는 작품처럼 보인다. 그러나 너무 삶에 찌들어버린 건지는 몰라도, '과연 남자 주인공이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 아니었어도 저렇게 사랑했을까' 라는 의문을 갖게 만들었던 <미 비포 유>처럼 때로는 너무 비현실적이고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이들의 로맨스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다. 두 주인공보다 포라는 캐릭터에게 더욱 마음이 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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