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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뭅스타 Apr 30. 2019

<헬보이>

자극적인 묘사와 유치한 전개 사이의 괴리.

19.04.17. @CGV평촌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썩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관람을 망설이고 있다가, <장난스런 키스>도 본 마당에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관람한 오늘의 영화 <헬보이>. 그 도전 정신이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꽤나 두려웠던 이 영화는 간단히 말해 분명 장점보다 단점이 더욱 두드러지기는 하지만 생각보다는 볼 만한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보는 동안은 영 별로였더라도 상영관을 나설 때의 기분은 마냥 나쁘지만은 않았던 느낌이랄까.

영화는 초자연 현상 연구 방위국, 이른바 BPRD에 소속되어 있는 헬보이가 오시리스 클럽의 거인 사냥 임무에 나섰다가 예기치 못한 위기를 맞이하는 동시에 자신의 출생에 대한 비밀을 서서히 알게 되는 것으로 본격적인 스토리가 펼쳐진다. 한편, 아서왕에게 공격을 받고 몸이 여섯 조각으로 나뉜 채 봉인된 피의 여왕 니무에가 부활한 후 인류를 파멸시킬 계략을 꾸미자 헬보이와 그의 조력자들은 거대한 위협과 막강한 공격에 맞서 그들을 가로막는 위협에 맞선다.


길예르모 델 토로가 연출한 두 편의 <헬보이> 시리즈는 물론 원작 코믹스도 보지 않은 상황에서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꽤나 산만하고 조잡하게 느껴진다. 원작의 설정도 그러한지 모르겠지만 이미 수많은 영화에서 지겹도록 다뤄진 아서 왕과 엑스칼리버의 이야기가 다시 되풀이되는 것만으로도 신선함보다는 식상함을 안겨주더니 이를 풀어가는 과정 역시 어딘가 한데 어우러지지 못하는 중구난방의 향연처럼만 다가온다.

가장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영화의 타겟층이 꽤나 모호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영화는 사지가 절단되고 피가 낭자하는 등 잔인하기 짝이 없는 장면들이 수 차례 등장하며 괴기하면서도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는가 하면, 때때로 지나칠 정도로 경쾌하고 활기찬 분위기의 시퀀스가 불쑥 불쑥 뛰어들어 적잖은 당혹감을 선사한다. 마찬가지로 잔인한 액션션과 유쾌한 위트가 동시에 펼쳐지면서도 이를 적절히 가미한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와 비교했을 때, 이 영화에서 분위기 환기를 목적으로 삽입된 듯한 장면과 그 때의 음악 활용은 매력적인 개성을 자아내기보다는 어딘가 유치하고 엉성하게만 느껴진다.


더불어 불쑥 등장해 헬보이를 무조건적으로 도와주는 앨리스라는 캐릭터의 설정을 비롯해 이상한 CG와 황당한 퇴장으로 실소를 유발하는 마법사 멀린의 등장, 그리고 그의 등장을 더더욱 황당하게 만드는 엑스칼리버의 등장 등은 그저 스토리를 흘러가는 대로 지켜보고 즐길 수 없게 만드는, 더불어 영화 전반의 완성도와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낳을 뿐인 전개처럼 느껴지며, 특히 헬보이가 자신과 손을 잡고 인류를 파멸시키는 행위에 동참하길 바라는 메인 빌런 니무에가 영화 내내 보여주는 행동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렇게 눈에 띄는 단점들이 분명히 자리잡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했듯 그럼에도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장점들 또한 존재한다. 영화 전반에 펼쳐지는 잔혹하고 끔찍한 고어 액션 시퀀스는 나름대로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며 특히 비록 짧게 스쳐지나가지만 각종 크리처가 등장해 저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인간들을 살해하는 클라이맥스 시퀀스의 임팩트는 꽤나 두드러진다. 더불어 결국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져야 할 주인공 헬보이의 활약 또한 제법 강한 인상을 남기며, 무엇보다 영화의 후반부를 채우는 헬보이, 앨리스, 다이미오 삼인방의 활약은 꽤 인상적인 앙상블을 자아내 이들의 활약상을 더욱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잔혹함과 유치함의 경계를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연출이나 결국 지겹도록 접해 온 설정의 반복처럼 느껴지는데다 개연성마저 잃은 스토리 등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상당히 많지만, 처참할 정도로 낮은 평가에 비해서는 개인적으론 나름대로 흥미롭기도 했던 작품이었다고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속편이 제작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꽤 회의적이긴 하지만, 영화 전체보다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는 두 개의 쿠키 영상때문이라도 속편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물씬 들기도 하며, 빠른 시일 내에 길예르모 델 토로 판 <헬보이>를 관람하고 이와 비교해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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