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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뭅스타 Jun 17. 2019

<미스 스티븐스>

무난함 속에서 스며드는 잔잔한 여운.

19.05.03. @CGV평촌


티모시 샬라메의 인지도를 등에 업고 전세계 최초 극장 정식 개봉에 나선 <미스 스티븐스>를 관람하였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찍기 전의 풋풋한 티모시 샬라메를 만날 수 있던 이 영화는, 비록 무난하게 흘러가지만 관객들에게 전하는 소소한 위로의 메시지가 인상깊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은 대사들을 건진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관람으로 느껴지는.

영화는 영어 교사 스티븐스의 인솔 하에 세 학생 빌리, 마고, 샘이 연극대회에 참가하는 주말 3일 간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매일같이 학교에서 보지만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네 남녀는 연극 대회를 통해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특히 학교에서 요주의 인물로 꼽히는 빌리와 스티븐스의 관계는 그 중에서도 중점적으로 다뤄진다.


앞서 말했듯 영화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삶에 힘들어하는 관객들을 위로하기 위한 목표를 갖고 출발한 작품처럼 보이며, 결과적으로 그 의도만큼은 제대로 성공한 듯 보인다. '얘기할 사람이 있다고 해서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니예요.'라는 초반부 대사부터 제법 매력적으로 느껴지던 영화는 이후에도 인물들 간의 대화 속에서 툭툭 던지는 대사들이 생각 이상으로 마음 속 깊이 스며들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스토리나 잔잔한 분위기에 활력을 더해주는 올드 팝 음악 등 매력적인 요소들이 가득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이다. <세기의 매치>, <바이스> 등에 출연했다고 하지만 무슨 역할로 나왔었는지조차 잘 기억나지 않을 만큼 활약이 미미했던 배우 릴리 레이브는 엄마를 잃은 상실감을 갖고 사는 교사의 복합적인 심정을 훌륭히 소화하며 그녀의 인상을 확실히 각인시켜주고, 릴리 라이트, 앤서니 퀸틀 등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조연급 캐릭터들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관람한, 그리고 이 영화가 국내에 개봉할 수 있던 이유라고 할 수 있을 티모시 샬라메의 활약은 무척이나 두드러진다. <핫 썸머 나이츠>, <레이디 버드>는 물론이고 티모시 샬라메라는 배우에게 큰 영광을 안겨 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보다도 이 영화에서의 연기가 더욱 인상깊게 느껴질 정도로 극에서 그가 보여주는 활약은 굉장히 눈부시다. 다시 말해, 티모시 샬라메에 대한 기대를 갖고 관람한 팬들이라면 100%의 만족감을 안고 상영관을 나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한편, 영화에서 아쉽게 느껴지는 점도 존재하는데 결과적으로 영화의 아쉬움을 더하는 가장 큰 부분은 짧은 러닝타임에 있다. 86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네 남녀가 겪는 3일 간의 이야기를 그려내다 보니 어쩌면 더욱 깊이 있게 풀어낼 수도 있을 이야기가, 더욱 매력적으로 그려질 수 있을 인물들이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 듯한 아쉬움을 남긴다. 단 네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를 이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초반 등장 때만 해도 큰 비중으로 다뤄질 것 같던 마고와 샘은 점점 부수적인 존재에 머물고 만다는 것도 아쉽게 느껴지며, 티모시 샬라메의 좋은 연기와 별개로 그가 연기한 빌리라는 캐릭터를 쉽게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없다는 점도 유감스럽게 다가온다.


그렇게 이야기를 조금 더 깊이 있게 풀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누구나 힘들고 괴로울 때는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는, 어쩌면 지극히 뻔하고 상투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주제를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인상깊게 풀어낸 작품이었다고 정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뭔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렇게 소소한 위로를 건네는 작품들이 점점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물씬 드는 한편, 티모시 샬라메의 최근작 <뷰티풀 보이>도 얼른 만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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