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현장감만큼은.
19.05.09. @롯데시네마 평촌
포스터를 보고 재난 영화일거라고 유추했을 뿐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지 않은 채 관람한 오늘의 영화 <호텔 뭄바이>. 이 영화는, 어마어마한 현장감으로 러닝타임 내내 극도의 공포와 긴장감을 선사해주었다. 간만에 성공적인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작을 만난 느낌.
영화는 파키스탄 테러 집단이 인도 뭄바이에서 무차별 살상을 벌인 2008년 11월의 실제 테러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5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낳은 이 끔찍한 테러를 각색하면서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인도의 초호화 호텔 타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테러범들의 무차별 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호텔 내 직원과 고객들의 고군분투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강점은 탁월한 현장감이다. 초반부터 별다른 사족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면서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 것인가에 대한 흥미를 자아내더니, 본격적인 파키스탄 테러범들의 살상이 시작된 이후에는 실제 당시의 뉴스 영상들을 적재적소에 삽입함으로써 영화를 지켜보는 관객들도 당시 현장에서 느꼈을 서슬퍼런 공포를 효과적으로 체험하게 만든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든 건물이 재난의 상황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중반부 이후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김지훈 감독의 <타워>를 떠올리게도 하는데, 영화는 마치 <타워>가 보여준 문제점들을 철저히 배제함으로써 일종의 재난 영화에서 소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를 인상적으로 그려낸 모범적 사례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몰입을 방해하는 유머 코드를 넣지도,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과도한 신파적 장치를 넣지도, 특정 누군가를 고귀한 영웅으로 그리지도 않음으로써 더욱 이야기에 몰두하고 빠져들게 만든다.
한편, 영화가 테러범들의 테러가 시작되는 초반부터 굉장한 몰입감을 선사하다 보니 되려 조금은 정적으로 흘러가는 중반부가 루즈하게 느껴지는 아쉬움을 낳기도 한다. 전체 러닝타임이 123분인 영화를 초반 한 시간과 후반 한 시간으로 나눴을 때, 후반부의 긴장감이 초반부의 긴장감보다 약하게 느껴지는 것은 조금 더 타이트하게 풀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바이다.
그럼에도 영화에서 벌어지는 테러가 실제 사건을 각색한 것이기에, 그리고 이렇게 종교적, 정치적 이유로 각국에 테러를 감행하는 집단들의 모습은 여전히 진행 중이기에 영화가 자아내는 서늘한 공포는 가히 엄청나며 결과적으로 이는 영화에 대한 흥미와 만족감을 높여주는 결과를 낳는다. 사실감이 돋보이는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끔찍한 사건을 재현해내니, 만약 내가 당시 호텔에 머무는 손님이었다면 얼마나 무섭고 떨렸을지 쉽게 상상할 수도, 가늠할 수도 없을 공포를 보다 실감나게 체험하게 만들며, 영화의 전개 과정을 내내 숨 죽인 채로 지켜보게 만든다.
궁극적으로 이 영화의 가장 큰 연출 의도가 테러의 위험성과 공포를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함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 의도만큼은 흥미로운 전개와 현장감 넘치는 연출 속에서 더할 나위 없이 전달해낸 것처럼 보인다. 한편, 극한의 상황에서도 손님들을 먼저 안전히 대피시키고자 노력한 호텔 직원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우리가 겪은 또다른 사건을 떠올리게 만들며, 가뜩이나 충분히 공포스러웠을 이 영화가 <바이스>를 보고 나니 더더욱 소름끼치게 느껴지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