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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뭅스타 Jun 17. 2019

<명탐정 피카츄>

포켓몬이 귀엽다. 그 밖엔?

19.05.10. @CGV평촌


포켓몬 애니메이션을 보고 게임을 하고, 띠부띠부씰을 열심히 모으면서 자라온 만큼 무척이나 기다려지고 기대되던 그 영화 <명탐정 피카츄>를 관람하였다. (-뭐, 정작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한 편도 안 봤지만.) 라이언 레이놀즈가 피카츄 목소리를 연기한다는 것이 기사화됐을 때부터 큰 관심과 우려를 낳았던 이 영화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피카츄를 비롯한 포켓몬들은 정말이지 너무나 귀여웠지만, 결국 그 귀여움을 빼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는 작품이었다. 그저 CG 구현을 참 잘 했다는 생각만 들게 만들 뿐.

포켓몬과 그들을 훈련시키는 포켓몬 트레이너가 존재한다는 가상의 설정으로 출발하는 영화는, 주인공 팀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유품을 찾기 위해 포켓몬과 인간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라임시티로 가서 겪게 되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아버지의 집에서 흔적을 찾던 도중 우연히 소통이 가능한 피카츄를 만나게 된 팀은 피카츄와 함께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를 보기 전 가장 기대했던 점은 단연 포켓몬들의 활약을 어떻게 그려냈을까 하는 부분이었는데, 영화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충분히 만족스럽게 다가온다. 최근 알라딘의 지니와 소닉이 실사화 과정에서 충격적인 비주얼로 연이어 굉장한 공포를 자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영화 속 포켓몬들의 실사화 구현은 애니메이션을 보며 상상했던 바를 최대한 충족시켜 주며 반가움과 흥미를 안겨준다.

제목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결과적으로는 피카츄의 활약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피카츄 외에도 오프닝에 등장하는 뮤츠를 비롯해 연이어 쏟아져 나오는 각종 포켓몬들의 활약은 <주먹왕 랄프 : 인터넷 속으로>나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했을 때 선사한 즐거움을 다시 한번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푸린, 메타몽, 잉어킹 등 몇몇 포켓몬은 그들 각자의 특징을 100% 살린 활약을 선보이는 만큼 오리지널 시리즈의 팬들만이 즐길 수 있는 팬서비스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그 포켓몬들의 활약을 제쳐두고 나면 어느 하나 두드러지는 장점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먼저 '명탐정'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별다른 긴장감이나 재미를 자아내지 못하는 스토리라인은 그저 전개가 펼쳐지는 대로 바라보게 만들 뿐 그 이상의 특별한 무언가를 자아내지 못하며, 라이언 레이놀즈가 더빙을 맡았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되던 특유의 위트 있는 입담 역시 생각만큼 인상적인 흥미나 웃음을 선사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결말까지 다 보고 났을 때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플롯이 어딘가 허무맹랑하고 당황스럽게만 느껴진다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으로 다가오는데, 원작 게임의 줄거리 역시 이와 같은지는 몰라도 나름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가 이를 통해 큰 재미를 선사하기 보다는 그저 황당함의 연속처럼 다가오고 만다. 더불어 처음 등장 때만 해도 조력자이자 파트너로서 큰 활약을 할 것처럼 보이던 루시가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않은 채 소모되고 마는 것도 아쉽기만 하다.


결과적으로 포켓몬을 실사화한 영화로써 과연 포켓몬 저마다의 특색을 어떻게 구현해냈을까에 대한 기대만큼은 충족시켜 주지만, 그 이상의 재미는 결코 느낄 수 없었다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이미 속편 제작이 확정된 상황에서 속편 역시 속는 셈 치고 볼 정도의 매력을 자아내기는 하나, 결국 포켓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라는 것보다 <걸리버 여행기>, <구스범스> 등 조금은 유치하고 가볍게 느껴질 수 있는 작품들을 연출한 롭 레터맨 감독의 신작이라는 것이 더욱 중요한 포인트로 다가오는 영화였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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