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깨끗해서 더럽히고 싶지 않은 무언가처럼.
미국에서 호평 세례와 함께 뜻밖의 대흥행을 거둔 영화인 만큼 기대치가 높았던 이 영화 <원더>. 영화는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조금 다른 외모를 갖게 된 소년 어기와 그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집 밖에선 항상 우주 헬맷을 쓰고 다니며 엄마 이사벨의 교육으로 학교 수업을 대체했던 그는 10살이 되는 해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부모의 제안으로 학교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이때부터 세상 밖으로 한걸음 나아가게 된 어기의 쉽지만은 않은 나날들이 펼쳐진다.
대략적인 줄거리만 알고 관람했을 때부터 적잖이 감동적일 거라 생각했던 영화는 상상했던 그것보다 훨씬 더 벅차고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였다. 집을 벗어나 학교를 가야 한단 사실이 마냥 두렵기만 했던 어기와 그가 걱정했던 대로 처음엔 그저 그를 경계하고 피하기만 했던 학급 친구들이 점점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는 과정은 그 자체로 마치 파스텔 톤의 그림을 보는 듯 아름답고 예쁘게 다가온다. 영화 내내 대체 몇 번이나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는 것을 참았는지 모를 만큼 캐릭터들의 대사와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감동을 자아내는 연출 역시 무척 탁월하게 느껴졌다.
단순히 남들과 다르게 태어난 한 소년의 성장담이 될 수 있었을 이 영화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 데엔 비단 어기의 시선에서만 스토리를 풀어내려 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어기의 입장을 대변하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이후 가족의 모든 관심이 동생에게 쏠려있는 것에 서운함을 느끼는 누나 비아, 비아와 단짝이었지만 어느 순간 거리가 멀어진 미란다, 그리고 어기의 첫 친구가 되어준 잭 등 어기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입장도 차례차례 그려내려 감으로써 보다 영화의 스토리를 풍성하게 만든다. 이렇게 어기만의 성장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와 연관된 주변 캐릭터들의 성장까지 담아냄으로써 더욱 다양한 시각에서 영화를 바라보게 만들어주었달까.
영화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주는 데엔 배우들의 호연도 크게 한몫한다. 줄리아 로버츠는 오랜 경력을 통해 쌓은 흡입력 있는 연기를 선보여 극의 몰입도를 한층 높여주었으며, 이외에 적은 경력과 적은 나이에도 불구 어기의 누나 비아를 안정적으로 연기해낸 이자벨라 비도빅과 상대적으로 비중이 많진 않음에도 등장할 때마다 극의 활력을 더해주는 데 크게 공헌한 오웬 윌슨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룸>에서 가히 놀랄만한 연기력을 선보였지만 이후 작품들에선 영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던 제이콥 트렘블레이가 다시 그의 잠재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난 것 같아 꽤나 반갑게 느껴진다.
어쩌면 그저 착하고도 착한 영화로도 보일 수 있단 점에선 누군가에겐 현실에 없을 것 같은 너무나도 이상적인 이들의 밋밋한 성장기처럼 느껴질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나에게만큼은 지난달 관람한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이후 한 달 만에 만난, 너무나도 깨끗하고 아름다워서 아낌없이 애정을 쏟아붓고 싶었던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아마도 현재 극장가에서 연말에 가족끼리 관람하기에 이보다 좋은 영화는 없을 것만 같단 생각과 함께 언젠가 한없이 외롭고 힘들게만 느껴질 때 다시 꺼내보고 위로를 받고 싶은 작품이었다고 할까. 그런 한편, 만약 나도 열 살 때로 돌아가 학급의 어기와 같은 외모를 가진 친구가 있었다면 과연 나는 그를 어떻게 대했을까 하는 일종의 자아 성찰을 하게 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