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터슨>

소소한 일상에서 찾는 삶의 리듬과 운율.

by 뭅스타

지난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람한 후 정식 개봉으로 통해 2차 관람을 하게 된 <패터슨>. <커피와 담배>, <천국보다 낯선>,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등을 연출한 짐 자무쉬 감독의 신작이자 최근 <스타워즈> 시리즈의 카일로 렌으로 맹활약 중인 아담 드라이버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한마디로 처음 관람했던 그때처럼 뭐라 형용하기 힘든 이상한 여운을 선사해주었다.


영화는 주인공 패터슨이 살아가는 일주일 간의 일상을 관조적인 태도로 그려나간다. 그의 삶은 버스를 운전하며 승객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내 로라와 대화를 나누고, 반려견 마빈과 함께 작은 바에서 맥주를 마시는 삶 속에서 한 줄 한 줄 시를 써내려가는, 그저 따분하게만 보이는 일상의 연속이다. 그러나 이 특별한 무언가가 없어보이는 영화는 상영관을 나서는 순간 희한하게도 굉장히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기분을 물씬 들게 만든다.


movie_image5GW3EC43.jpg

주변을 관찰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상을 찾아가고 그러한 일련의 행동들을 통해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패터슨의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도 한없이 단조로운 삶도 얼마나 특별하게 느껴질 수 있는지,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 얼마나 큰 영감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를 자연스레 깨닫게 만든다. 겉으로 보기엔 별반 차이 없어보이는 일주일의 반복이지만 그 안에 크고 작은 변주가 펼쳐지는 패터슨의 삶은 마치 한 편의 잔잔한 시를 읽어내려가듯 작지만 강한 흥미를 이끌어낸다.


나 자신의 삶도 돌이켜보면 어쩌면 지극히 단조로운 일상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출근해 일을 하고, 퇴근 후 근처 극장에서 영화 한편을 본 뒤 잠에 드는 그 일상은 지극히 따분하고 재미없는 삶처럼 보이기 쉽다. 하지만 짐 자무쉬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그런 평범한 일상의 리듬도 약간의 변주가 가져다주는 운율만 있으면 한 편의 아름다운 시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패터슨이 그의 아내 로라에겐 위대한 시인으로 불리듯이 우리의 삶도 어쩌면 특별한 무언가가 없을지라도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있고 소중하다는 듯이.


movie_imageE7F2X7PL.jpg

대체로 특별한 사건이나 갈등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영화는 그 안에 꽤나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유머 코드들을 종종 삽입하였다. 패터슨의 삶을 한 편의 시로 본다면 그러한 유머와 위트는 그 시에 흥미로운 운율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렇게 지극히 단조로운 삶의 약간의 변주를 통해 때때로 큰 웃음을 선사하기까지 하는 매력적인 시나리오는 그 빛을 제대로 발한다. 그리고 이렇게 그저 잔잔하기만 한 영화가 보다 흥미롭게 다가오는 데엔 힘을 쫙 뺀 채 패터슨 그 자체로 분한 아담 드라이버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크게 한몫한다. 더불어 독특한 패턴의 반복을 사랑하는 로라으 작품들을 보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결론적으로, 시를 사랑하는 패터슨과 일상에서 활력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아내 로라의 소소한 삶을 관찰함으로써 지극히 단조로운 일상의 무언가라도 어쩌면 그것이 생각보다 많은 영감을 선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텅 빈 페이지에서 새롭게 써내려갈 패터슨의 또다른 삶을 만나보고 싶을 따름. 그리고 나 역시 보잘 것 없을지라도 어쩌면 그 무엇보다 특별할 수도 있늘 일상의 무언가를 소재로 한 편의 시를 써내려가고 싶어지는. 영화를 보고 나면 아마 그 누구라도 스치듯 지나쳤던 일상의 소재들이 조금은 더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아하!

movie_imageRYDMJTI6.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위대한 쇼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