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쇼맨>

노래는 좋다, 혹은 노래만 좋다.

by 뭅스타

왠지 화려해 보이는 뮤지컬 영화라는 점에서 그저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관람한 이 영화 <위대한 쇼맨>은 생각 이상으로 황홀하고 흥겨운 경험을 선사한 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다만 한 가지 크나큰 단점이 있단 것이 문제겠지만.


쇼 비즈니스의 선구자로 불리는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의 실제 일화를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보잘 것 없고 가난하던 그가 수많은 관객을 매료시키는 쇼의 단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나간다. 사랑하는 여자 채러티와 결혼하고 이쁜 두 딸까지 갖게 된 바넘은 위대한 쇼를 펼치겠다는 어릴적 꿈을 이루기 위해 전세계의 특별한 사람들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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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인 만큼 자연스럽게 ‘얼마나 음악과 춤이 화려할 것인가’가 가장 큰 관전 포인트였던 이 영화는 최소한 이 부분에서만큼은 100%의 만족도를 선사한다. 마치 <라라랜드>의 처음처럼 단숨에 영화에 빠져들게 만드는 오프닝부터 이후의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를 물씬 갖게 하는 이 영화는 그후로도 전개 내내 수많은 음악과 춤이 제대로 마음을 흔든다.


영화에 삽입된 모든 뮤지컬 넘버들은 한 곡도 빠짐없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뮤지컬’이라는 영화의 장르와 ‘서커스’라는 영화의 소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화려한 음악과 그 못지않게 화려한 퍼포먼스가 연달아 펼쳐지는 덕에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흘러가버린 듯한 기분을 들게도 만든다. 특히 극중 제니 린드가 팝페라 무대에서 가창한 ‘Never Enough’와 바로 그 직후에 펼쳐지는 바로 그 곡, 케알라 세틀을 주축으로 한 퍼포머들이 함께 부른 ‘This Is Me’는 그야말로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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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도 제법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바넘의 곁에서 큰 힘이 되어주는 채러티 역의 미셸 윌리엄스, 영국 최고의 팝페라 가수 제니 린드 역의 레베카 퍼거슨, 화려한 곡예예술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앤 역의 젠다야, 그리고 엄청난 가창력을 맘껏 발휘한 케알라 세틀까지 이 네 여배우의 활약은 그중에서도 특히 눈부시게 빛난다. 더불어 주인공 바넘을 연기한 휴 잭맨의 안정적인 연기와 그리 많지 않은 비중에도 좋은 활약을 펼친 잭 에프론 또한 각각의 캐릭터를 충실히 소화해낸다. (잭 에프론이 웃옷을 벗지 않는 영화를 보는 게 얼마만인지)


다만 영화는 처음에 말했듯 크나큰 단점을 보이는데, 바로 화려한 춤과 음악에 비해 스토리가 무척이나 빈약하다는 것. 104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 안에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하다보니 다소 전개가 급작스럽게 흘러가는 지점들이 많게 느껴진다. 바넘이 각각의 콤플렉스로 위축되어 있는 이들을 모으는 초반부 과정이나 필립, 제니 등과 동업을 하게 되는 과정이 특별한 갈등 없이 순탄하게만 흘러가다보니 감흥이 크지 않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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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꽤나 참신하게 느껴지는 소재와 달리 후반으로 향할수록 스토리라인 자체는 한없이 진부하고 전형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만 주던 바넘이 갑자기 초심을 찾게 된다는 후반부의 전개는 굉장히 뜬금없고 황당하기만 해 퍼포먼스의 화려함으로 스토리의 빈약함을 덮었던 초중반에 비해 급격히 루즈해지고 만다. 무엇보다 영화 속에서 바넘이 방황하고 점점 더 큰 무언가를 꿈꾸는 과정이 꽤나 길게 다뤄지는 탓에 ‘The Greatest Showman’이란 제목과 달리 주인공 바넘이 영 ‘Great’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유감스럽기만 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다른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데 정작 주인공에겐 매력을 느끼지 못하니 당황스러울 따름.


한마디로 정리하면 무엇을 기대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 영화가 아닐까 싶다. 춤과 음악에 대한 기대만을 갖고 관람한다면 어쩌면 이 연말에 보기 딱 좋은 환상적인 가족 영화로, 그에 부합하는 스토리까지 기대를 하고 관람한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느껴지는 영화로 기억될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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