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갈>

스포츠 영화로써도, 가족 영화로써도 취향 저격.

by 뭅스타

호평 일색의 후기 덕에 기대감이 날로 상승한 그 영화 <당갈>을 관람하였다. <세 얼간이>, <지상의 별처럼>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상당한 배우 아미르 칸이 주연을 맡은 이 한 편의 발리우드 영화는, 가족 영화로써도 스포츠 영화로써도 엄청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준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161분이라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흘러버린 느낌을 받게 한 영화랄까.


영화는 현실에 부딪혀 꿈을 포기해야 했던 전직 레슬링 선수 마하비르가 자신이 못 다 이룬 세계대회 금메달이라는 꿈을 아들을 통해 이루겠다는 포부를 갖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내리 딸만 넷이 태어나게 되고, 어떻게든 자식이 세계적인 레슬링 선수로 성공하길 원했던 마하비르는 그의 두 딸 기타와 바비타에게 고된 레슬링 훈련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3dsfsd.jpg


영화는 크게 마하비르의 두 딸이 레슬링 훈련을 받으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1부, 그들이 국가대표로 성장하고 마하비르와 갈등을 겪게 되는 과정을 2부, 그리고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국제대회에 출전한 두 선수의 모습이 그려지는 과정을 3부로 나눌 수 있을 듯하다. 이때 자신이 미처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을 통해 이루고자 하며 그들에게 강압적으로 훈련을 강요하는 초반 전개는 조금은 찝찝하게 느껴지기도 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강압적인 훈련마저 인도의 사회에선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으로 받아들여진다.


3ddd.jpg


아버지에 의해 원치 않는 레슬링 훈련을 받게 된 두 딸이 반바지를 입고 머리도 짧게 자르자 주변 사람들에게 조롱당하며, 여자는 집안일이나 잘 하라는 소리를 듣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남성과 여성에 대한 차별이 극심한 인도 사회에서 두 딸이 남성들과도 대등히 맞설 정도로 성장해가는 과정은 꽤나 통쾌하게 다가온다.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인도 최초의 여성 레슬링 선수라는 영화의 스토리가 픽션이 아닌 실화라는 점에서 이러한 메시지는 더욱 강렬하게 각인되는데, 재미와 감동을 챙기면서 여성 인권에 대한 메시지까지 촘촘히 다룬 영화의 연출은 제법 인상적이다.


상영관을 나선 후에도 계속 흥얼거리게 만드는 발리우드 영화 특유의 음악들이나 두 딸과 마하비르 간의 감동적인 스토리도 무척 매력적이지만, 후반부 레슬링 경기 시퀀스야말로 영화의 진정한 하이라이트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이미 그 결과가 뻔할 것이 분명함에도 나도 모르게 손톱을 깨물며 지켜보게 될 정도로 후반부 영연방 세계대회에서 펼쳐지는 세 번의 경기는 속도감 있는 편집과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음악이 더해져 어마어마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한편의 스포츠 영화로써 '레슬링이 이렇게나 재미있는 스포츠였나'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 것만으로도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3dsfd.jpg


스토리 상 다소 전형적으로 흘러가는 중반부가 조금은 루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두 딸이 마하비르의 고된 훈련으로 숱한 조롱 속에서도 성장해가는 초반부의 과정과 후반부가 선사하는 가히 엄청난 몰입감과 통쾌함만으로도 부쩍 긴 러닝타임에 대한 부담에도 이 영화를 관람하기로 마음먹은 보람은 더할 나위 없이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자식을 둔 아버지에게도, 여성들의 성공담을 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스포츠 영화 특유의 재미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무척 매력적인 한편의 맛살라 무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