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고 담백하지만, 그 자체로 마음의 평안을 안겨주는.
지난해 CGV 프렌치시네마투어 기획전에서 상영됐을 때부터 희한하게 관심이 갔지만 시간이 안 맞아 이제야 보게 된 이 작품은, 소소하고 담백하지만 그 자체로 묘한 안정감과 재미를 선사한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른바 '힐링 무비'라는 타이틀에 너무나도 잘 맞는 영화였다고 할까.
영화는 아버지의 곁이 싫어 무작정 집을 떠나 생활했던 장이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10년 만에 그의 고향인 프랑스 부르고뉴로 돌아오며 겪게 되는 일들을 그려나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세상을 뜨고 두 동생 줄리엣, 제레미와 함께 가족이 오랜 세월 가꿔온 와이러니를 돌보게 된 장은 그곳에서 잊고 있던 가족의 그리움과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어쩌면 우리네 삶은 와인과 굉장히 닮아있다. 포도가 알맞게 잘 익도록 계속해서 가꾸고 또 가꾼 끝에 열매를 수확하고, 그 수확한 열매를 복잡한 제조 과정을 거쳐 오랜 세월 숙성시켜야 그 맛이 제대로 우러나오는 와인처럼 사람 역시 깊이 숙성되어야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과 와인의 공통점은 이 영화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삼 남매의 맏이로서 아버지의 꾸중과 잔소리에 시달려야 했고 그것이 싫어 고향을 벗어나 남매에게 4년 동안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던 장이 고향에서 일 년여간 생활을 하며 점차 성장해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와인에는 문외한인 나조차도 영화를 보는 동안, 그리고 상영관을 나와서도 제대로 맛이 우러나는 와인 한 모금 들이키고 싶게 만들 정도로 와인의 매력을 듬뿍 선사하는 가운데 펼쳐지는 세 남매 각자의 스토리도 무척 흥미롭다. 고향에서의 생활과 호주에서의 새로운 생활 사이에서 갈등하는 장을 비롯해 아버지의 와이러니를 물려받게 되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그녀의 소신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줄리엣, 그리고 원하는 대로 해주기를 바라는 장인어른 때문에 괴로워하는 막내 제레미까지. 세 남매 저마다의 스토리는 캐릭터들 각자의 개성과 어우러져 때때로 유쾌하게 펼쳐진다.
지난 2월 개봉한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가 일상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편안함과 담백함을 선사하며 150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면, 이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는 개인적으로 그 영화보다 더욱 삶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다. 장, 줄리엣, 제레미 세 인물이 서로의 오해와 갈등을 점차 해소하고 다시 하나의 가족으로 뭉치게 되는 모습,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사계절이 바뀌는 배경 속에서 펼쳐지는 모습은 무척 따뜻하고 평온하게 다가온다.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레 영화의 한적한 부르고뉴 와이러니 근처로 떠나서 제대로 삶의 여유를 느끼고 싶어 진다고 할까.
정리하자면 한적한 배경도, 잔잔한 분위기도, 자극적이지 않은 스토리도 무척이나 마음에 쏙 들어온 담백하고 매력적인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 가운데 장이 어린 시절 그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토록 미워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비로소 헤아리게 되는 과정도 적잖은 감동을 선사하며, 중간중간 삽입된 유머 요소들도 흐뭇한 미소를 자아낸다. 마음의 편안함을 선사하는 영화를 보며 제대로 힐링을 느끼고 싶은 관객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매력 넘치는 프렌치 무비였다는 말을 덧붙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