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애처롭게만 느껴지는 에이미 슈머의 원맨쇼.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에이미 슈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아이 필 프리티>를 관람하였다. 그야말로 처참하기 짝이 없는 북미 평가 탓에 기대가 크진 않았던 이 영화는 그 혹독한 평가에 비해서는 무난하게 다가왔지만, 마지막까지 무난하기만 한 것이 가장 큰 단점으로 느껴지는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저 이미 뻔히 보이는 길을 향해 안전하게만 질주하는 느낌이랄까.
영화는 평범한 외모와 몸매 때문에 위축되어 있는 르네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화장품 브랜드의 온라인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그녀는 예뻐지길 갈망하며 노력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들로 그녀의 노력은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헬스사이클을 타던 중 사고로 머리를 부딪힌 르네는 깨어난 이후 그녀가 외형적으로 이전과 전혀 달라졌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고, 이 착각은 그녀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에이미 슈머가 주연을 맡았다는 점에서 이 영화에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단연 코미디이다. 그리고 에이미 슈머는 결국 그녀에게 기대한 유머를 충분히 충족시켜준다. 특히 아름다운 미모와 날씬한 몸매를 갖게 되었다고 착각한 그녀의 자신감이 과도할 정도로 넘쳐나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언젠가 꿈꿨던 버킷리스트들을 하나 둘 실천해가는 과정은 오로지 에이미 슈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치명적인 매력을 유감없이 쏟아내며 유쾌함을 더한다. 더불어 어딘가 처연하고 사연 많아 보이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 온 미셸 윌리엄스는 이번 영화에서만큼은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제대로 망가진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새로운 매력을 자아내고, 르네가 만나는 두 명의 남자 이든과 그랜트를 연기한 로리 스코벨과 톰 호퍼의 활약 또한 두드러진다.
결국 <아이 필 프리티>는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은 외형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달려가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외형적으로 이전과 전혀 달라진 것 없는 르네의 삶이 확 바뀌게 된 것이 결국 자신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영화는 르네의 우여곡절을 통해 이러한 메시지만큼은 확실히 선사한다. 하지만, 이 메시지를 향해 나아가기까지의 과정 자체가 마냥 특별하다고는 할 수 없을 듯하다.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이나 <내 눈에 콩깍지> 등과 달리 일종의 사고 이후 누군가에게만큼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주인공의 비포와 애프터를 구분하지 않는 점만큼은 외모가 전부가 아님을 강조하는 영화에서 분명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미 결말이 훤히 보이는 상황에서 르네가 자신의 외모에 대한 과한 자신감으로 인해 민망한 행동까지 일삼는 과정들은 조금은 필요 이상으로 다가오며, 그 결과 르네라는 캐릭터를 연기한 에이미 슈머의 제대로 망가지고 제대로 오버하는 원맨쇼가 언젠가부터 그저 애처롭게만 느껴지기도.
더불어 처음부터 뻔히 드러나는 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면이 극후반부에 이르러서야 펼쳐지다 보니 이전까지 과정에 비해 결말을 급하게 매듭지은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그녀가 화장품 브랜드 행사에서 '우리 모두가 이 화장품의 모델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화장품 구매를 추천하는 모습은 과연 이 상황이 외모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영화의 메시지와 맞닿아있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기기도 하며, 그렇기에 결국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조금은 허황된 환상처럼 느껴지는 데에 그치고 만다.
남들의 시선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감 있게 살아가자는 메시지 자체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나름의 교훈을 던져줄 만한 영화임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 메시지를 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지나칠 정도로 무난하고 심심하며, 너무나도 뻔히 예측 가능하니 결국 영화는 그저 뻔한 말을 늘어놓는 자기계발서와 별반 다를 바 없이 느껴질 뿐이다. 이미 그녀 자체로 너무나도 매력적인 에이미 슈머의 원맨쇼를 보고 싶다면 그 자체로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로 다가올지 모르겠으나, 그마저도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에서 보여준 매력에 비해서는 한없이 약하게 느껴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