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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동 Dec 05. 2020

인생에 정답이란게 존재할까

삶 #2-2. 개인주의자 선언 - 문유석

읽고 느낀 점이 많았던 책이었기에 할 말이 많으나, 하나의 글에 모든 생각을 담기엔 글의 통일성이 깨질 것 같아 개인주의자 선언에 대해 짧은 글 하나를 더 남긴다.




인간 세상의 문제는 참으로 복잡하여 일도양단에 흑백을 가릴 수 없는 면이 많다… 인간 사회는 참으로 묘해서 교과서처럼 정의가 늘 승리하지도 않고, 거기 앞서 무엇이 정의인지 정의하기 어렵고, 분명히 선의에서 비롯한 정책이 오히려 사람들의 고통만 심화하기도 하고, 인간의 능력과 노력에는 슬프지만 많은 격차가 있고, 빈곤과 불평등에는 사회가 책임질 부분도 있지만, 개인이 책임져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 이런 것들을 인정한다고 해서 뭔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가 훼손되는 것일까? 결국은 직시할 문제와 모색할 해결책 두 가지가 있을 뿐 아닐까?
세상은 그렇게 명쾌하지 않다. 지금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쉽게 말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옳고 그름을 아예 생각하지 않거나 양극단에 서서 자기만 옳다는 독선에 빠져있게 되어버렸다… 이런 시대일수록 집단의 논리에 맹목적으로 순종하는 것은 위험하다. 어느 집단도 이 복잡하고 급변하는 세계에 대한 완벽한 해답을 갖고있지 못하다. 남의 판단으로 자기 판단을 대체하지 말고 각 개인이 눈을 부릅뜨고 세상의 불편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한다. 
세상을 아군과 적군, 정의와 불의로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이들은 천사도 악마도 아닌 인간의 현실적인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일방적인 기대심리를 투영하여 과잉 열광하거나 조금이라도 자기 기대와 다른 모습을 보면 배신자 취급을 하며 돌을 던질 것이기 때문이다. 평생 하루하루를 분노, 절망, 투쟁, 당위만으로 채우는 것을 신성하게 생각하는 이들은 불행하다. 그리고 그들이 이끌고 가는 곳에 행복한 유토피아가 있을 리 없다. 나는 소박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일상 속의 작은 행복을 채워가는, 그러면서도 마음이 가는 일에는 주저 없이 자기 힘닿는 범위에서 참여하는 이들이 이끄는 곳으로 가고 싶다. 인류 역사에는 언제나 비극이 가득했지만, 그 어떤 불행한 시대에서도 인간이 행복하고자 하는 것은 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삶에 대해 생각할수록 단 하나의 진리만을 발견하게 된다. 케바케. 즉, 인간과 세상은 너무 복잡해서 옳고 그름을 단정 짓기 너무나 힘들며,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정답이나 진리 따윈 없다. 흑백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것이 너무나 많다.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너도 옳고 쟤도 옳다는 황희 정승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다 맞는 소리다. 그냥 관점만 다를 뿐이다.


예를 좀 들어보자. 내게 이런 조언을 하는 두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누구의 말에 더 공감이 가는가? 즉, 오늘의 행복 vs 미래의 행복.


"오늘의 행복을 유예해선 안돼.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은 사람이 미래에는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어?"

"열심히 살고 최선을 다해 자기계발해서 내 모든 가능성을 쟁취해야지. 소확행이니 뭐니 다 현실도피, 무기력한 안주 아닐까? 너 욜로하다 골로가."


내 관점에서는 둘 다 맞는 말이다. 오늘의 행복을 유예하면 미래에도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사람이 열심히 살아야지. 인생은 한번뿐이니까, 되돌릴 수 없으니까 오히려 더 열심히, 잘 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이 이야기를 듣는 그 사람이 겪은 경험과 처한 상황에 따라서 어떤 사람의 말이 좀 더 필요하냐, 적합하냐가 갈릴뿐이다. 


내 개인적인 경험에 빗대어 좀 더 이야기해보자면, 고시생 시절 나의 경우에는 미래의 행복파 사람이었다. 사람들도 많이 안 만났고, 정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공부 생각밖에 안 했다. 시험 끝나면 다 해결될 거라는 생각에 내 행복을 유예했고 그러다 보니 너무 힘들었다. 시험이 끝난 직후에는 오늘의 행복파에 마음이 좀 더 갔다. 살던 관성이 있어서 통계학 복전을 해보겠다 동아리를 해보겠다 이것저것 열심히 살긴 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아, 지금 놀아야 할 때 아닌가? 쉬어야 하나? 아 근데 쉬면 왜 이렇게 마음이 불편하지?' 이런 생각이 가득해 작년까지만 해도 고민이 많았다.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얻은 결론은, 오늘의 행복과 미래의 행복이 별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오늘 행복하겠다고 미래를 위한 준비는 아무것도 안 하고 놀기만 하면 미래 걱정에 마음이 불편해서 오늘도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내일 행복하겠다고 쉬지도 않고 일만, 공부만 하면 지치고 언젠가 번아웃이 와서 내일의 행복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오늘의 행복과 미래의 행복은 별개가 아니고, 둘 다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놀 건 놀고, 할 건 하고. 오늘의 행복과 미래의 행복, 그 어느 중간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얘기가 많이 돌아왔지만 결국에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인생은 상황 따라 정답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너무 탱자탱자 놀고 있는 사람에게는 미래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말이 필요할 것이다. 너무 일만 하며 자신을 혹사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오늘의 행복도 중요하다는 말이 필요할 것이다. 즉, 인생은 케바케고 딱 떨어지는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수많은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세상의 양면적인 속성을 알아야 한다. 항상 중간 어딘가, 회색지대에 흐릿한 균형이라는 이름의 정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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