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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Nov 01. 2020

할 것: 집필 환경을 꾸린다

어제보다 잘 쓰는 법_62일 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대략 밤 10시. 손과 발만 간단히 씻고 노트북을 켠다. 방 온도는 서늘함이 들 정도로 맞춘다. 그래도 더운 날엔 시원해질 때까지 훌렁훌렁 옷을 벗어던지기도 한다. 노곤함을 깨우고 집중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후 브런치에 로긴하고 '글쓰기'를 누른 뒤 아무 말이나 치며 자판을 누르는 소리와 촉각을 느낀다. 비로소 정신이 깨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곧바로 흡족한 문장이 샘솟는 건 아니다. 분명 낮에는 '이거다!' 싶었는데, 막상 써보니 영 아닐 때가 많다. 문장이 허락하는 글감을 찾기 위해 메일함, 카카오톡 메모장, 몰스킨 노트, 과거에 썼던 기사 등을 분주히 뒤져본다. (사실 굳이 노트를 뒤적이는 건 종이와 스치는 손끝의 감각을 자극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쓸만한 소재와 관련된 기억들을 키워드 위주로 두서없이 적는다.


이때 단순히 인상 깊었던 일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최대한 집중해서 당시 느꼈던 감정과 그러한 감정의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그 내용에 비약이 있거나 지나치게 사적인 내용이라면 과감히 버리는 게 낫다. 지금 내가 쓰는 글이 일기는 아닐 테니.


마침내 오늘치로 삼은 소재를 빚은 뒤 자정이 되기 전 브런치에 업로드 한다. 이상 내가 매일 글을 쓰는 방법이다. 이 리듬을 만들기까지는 세 달 정도 걸린 듯하다. 


이처럼 집필 환경을 만드는 노력은 성패 여부나 필자의 지위와 관계없이 의미가 있다. 그만큼 글쓰기가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늘려간다는 뜻일 터다. 이는 뇌를 속임으로써 내가 쓸 글에 대한 책임감과 애착을 만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설사 꾸준히 쓰기 위한 마음의 준비가 미흡한 독자일 경우이더라도 말이다. 결심하고 행동하는 게 아닌, 먼저 실천함으로써 마음이 다져지는 것이다.


치타델레에 들어간 몽테뉴, 매일 마라톤을 하는 하루키, 오대산 자락에 집필실을 마련한 조정래 작가 등 대작가로 통하는 사람이 집필 환경을 갖춘 이야기는 낭만적으로 들린다. 이는 그가 이뤄낸 걸출한 작품과 겹쳐져 다가갈 수도 없는 위엄을 내뿜기도 한다. 그러나 대작가가 아닐지라도 모든 필자는 자신만의 집필 환경을 지을 수 있다. 그것은 매일 어제보다 더 나아간 글을 쓸 수 있는 권리다. 


하여 나는 좀처럼 글발이 서지 않을 때, 허울 좋은 집필 환경에 집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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