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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Nov 12. 2020

말 것: 줄이기만 하는 건 반쪽짜리 요약이다

어제보다 잘 쓰는 법_73일 차

내 브런치에 유입된 독자 중 '요약하는 법'을 검색한 사람이 있었다. 이 분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요약하는 방법을 간략히 전한다.


중요한 문장을 남기고, 나머지는 줄이거나 버리는 수준으로 요약을 인식하는 필자가 많다. 여기까지만 하는 건 반쪽짜리 요약이다. 요약의 본래 목적은 메시지를 선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요지를 분명히 파악하고, 기존의 내용으로 부족하다면 메시지를 부연하는 살을 덧대는 작업이 필요하다. 사보 기자로서 주로 정제되지 못한 글과 말을 접하는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내용 보강을 요약의 한 단계로 삼고 있다.


예시로 내가 좋아해마지 않는 가수 이소라의 곡 'Track 9'의 가사를 요약해본다. 아래는 원래 가사다.


1절) 나는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 이름으로 불렸네. 걷고 말하고 배우고 난 후로 난 좀 변했고, 나대로 가고 멈추고 울었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화나게 하고, 당연한 고독 속에 살게 해.

후렴구) Hey you don’t forget. 고독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살아가. 매일 독하게 부족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살아가.

2절) 나는 알지도 못한 채 이렇게 태어났고, 태어난 지도 모르게 그렇게 잊혀지겠지. 존재하는 게 허무해 울어도 지나면 그뿐.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강하게 하고, 평범한 불행 속에 살게 해.

후렴구) 후략


먼저 버리는 데 치중하는 반쪽짜리 요약을 거치면 이런 식이다.


원해서 태어난 건 아니다. 그러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어차피 나와 대치할 세상 속에서 스스로 다그치며 더욱 강해지고자 한다.


자, 이제 내용을 보강한 제대로 된 요약이다.


이 곡이 실린 앨범 <7집>은 모든 수록곡이 무제다. 곡마다 트랙 번호를 붙여 구분할 뿐. 무제는 듣는 이가 저마다 곡의 제목를 생각하며 노래에 담긴 의미를 만들어내게끔 한다. 이처럼 생 또한 의미를 알 길 없이 생겨났으나, 살아가는 과정에서 각자의 의미를 생성한다. 단, 이때 필요한 건 나와 대치하는 세상에 지지 않는 강인함이다.  


앨범 정보를 끌어와서 가사 내용과 엮어 전했다. 비록 글자 수는 덜 줄였지만 맥락을 더하니 반쪽짜리 요약보다 더 분명하게 의미를 전할 수 있다. 나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이러한 요약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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