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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Nov 15. 2020

할 것: 현실을 직시한다

어제보다 잘 쓰는 법_76일 차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지 1년이 다 돼간다. 명동에서 근무하는 나는 밥을 먹으러 나갈 때마다 그 여파를 실감한다. 올해 내가 아는 가게 중 족히 20곳은 간판이 사라지거나 다른 것으로 바뀌었다. 급격히 수가 늘어난 빈 점포에는 주인이 영영 줍지 않을 것 같은 우편물이 널브러져 있다. 그렇게 공간에 대한 비용을 치르지 못하는 이들은 줄지어 명동을 떠나고 있다.


비단 자영업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일자리, 실적, 건강 등 국민 대부분이 직·간접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뉴스는 매일 말한다. 이 틈에서 나는 그래도 성한 몸뚱이로 일할 기회가 있음에 감사함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그래놓고 이내 타인의 불행과 나의 안정감을 비교하는 모자란 생각에 죄책감이 스멀스멀 올라와 얼굴을 덥히기도 했다.


요즘처럼 퍽퍽한 세태에서 내가 특히 불편하게 바라보는 메시지가 있다. 무책임한 낙관론이다. 이를 테면 길거리 현수막, 기사 제목, 웹사이트 배너 광고 등에서 보이는 '다 괜찮아질 거예요' '걱정 말아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같은 말들. 이 문장을 보는 이들이 생계에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하지 않고 동화 같은 결말을 던지는 꼴이다.


한편으론 최소한의 온기를 간직하고 살자는 몸부림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근거 없는 위로는 위로 받는 사람의 나약함을 부각시킬 뿐이다.


모두가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 말이다. 요 며칠간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을 들으면 이 점을 알 수 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기온이 내려가자 바이러스가 생존하고 옮겨다니기 더 좋은 환경이 갖춰졌다. 이를 증명하듯 국내 확진자 수는 다시 세자릿수가 됐다. 하루 감염자 수가 18만 명에 육박한 나라도 있다. 아직 코로나 상황은 최악의 수준이 아니며, 당분간 갈수록 혹독한 시기가 이어진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시 앞서 소개한 두서 없는 문장들처럼 곧바로 희망을 이야기하기에는 중간 단계가 빠진 듯하다. 무작정 독자를 보듬는 위로보다 정신을 부여잡으면서도 힘을 내도록 독려하는 문장이 지금 상황에 어울릴 것이다.


굳이 바꾼다면 이런 식이다.


'다 괜찮아질 거예요'가 아닌 '사회적 거리를 둔다 괜찮아질 거예요'로.

'걱정 말아요'가 아닌 '걱정 나눠요'로. (여기에 취업 연계, 소상공인 구제 프로그램 등을 연계해서 소개한다든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가 아닌 '모두 자연스러운 일상이 됩니다'로.


방역과 생계는 철저한 현실이다. 방심하면 언제든 무너지고 만다. 현 시점에 필요한 건 경각심과 끈기이고, 이를 불러일으키는 메시지들이다. 여기까지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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