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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Nov 16. 2020

말 것: 은연중에 좋아하게 된 표현

어제보다 잘 쓰는 법_77일 차

인터뷰이 중 '선봉장'이라는 말을 유독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한번은 인터뷰 기사 마지막에 단어를 써달라고 해서 난감한 적이 있었다. 아무리 인터뷰 기사라 할 지라도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에 선봉장은 자신을 추켜세우는 느낌이 워낙 강한 말이었다. 물론 인터뷰이가 거둔 성과는 업계를 놀랄만한 것이었다.


고민 끝에 나는 선봉장을 쓰기로 했다. 두고두고 걸리는 마무리였지만 그 상태로 사보는 인쇄됐다. 이러한 판단을 내린 데는 독자의 존재를 되새겨 본 데 있었다. 사보는 결국 직원들이 읽는 것이고, 조직에서 친근하게 쓰는 단어라면 보편적으로 다소 낯설거나 의미가 과한 단어라도 쓰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내게도 '선봉장' 같은 말이 몇개 있는 듯하다. 좋아하다 보니 자주 쓰게 되고, 때로는 문맥에 더 어울리는 단어가 있더라도 이 단어를 쓰고는 한다. 그중 하나는 '스며든다'이다. 보통은 기업마다 비전이 있고 이에 초점을 맞춘 조직문화를 꾸려가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다. 나는 그러한 현장을 소개하며 'A 사가 추구하는 정신이 스며있는 포럼'라는 식으로 이 단어를 자주 쓴다. 내 글을 자주 보는 사람은 이미 '스며든다'는 말이 내 글에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사실 충분히 더 정확한 표현이 있다. 가령 'A 사가 추구하는 정신을 확인할 수 있는 포럼' 'A 사가 추구하는 정신에 맞춰 실시한 포럼' 'A 사가 추구하는 정신을 바탕으로 준비한 포럼' 등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마디를 새기다'는 말이다. 새해를 시작하는 행사나 분기점이 되는 시기, 또는 새 국면을 연 성과를 다룰 때 이 표현을 자주 쓴다. 벌써 쓰임새를 구구절절 소개한다는 것부터 글렀다. 단어의 의미에 대한 설명은 마땅히 명료해야 한다. 그래야 독자가 의미를 받아들이기 쉽다.


이처럼 은연중에 자신이 자주 쓰는 말을 유념하면 덜 쓸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선봉장'을 원고에서 덜어낼수록 글은 잘 읽힌다. 표현이 정확하면서도 다채로운 글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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