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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Nov 17. 2020

말 것: 사소한 글은 없다, 사소하게 남긴 이가 있을뿐

어제보다 잘 쓰는 법_78일 차

요즘은 손안에서든 PC 앞에서든 얼마든지 간편하게 쓰고 남에게 뵐 수 있다 보니 누구나 쉽게 글을 쓴다. 여기서 글이란 카톡, 댓글부터 일기까지 모든 종을 아우르는 말이다. 그런데 정제하지 않고 타이핑한 글이 바늘침이 돼서 타인의 마음을 할퀴기도 한다. 이미 우리는 악플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를 익히 알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쓰인 글이 차고 넘치는 시대다. 원래 흔하면 가치가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갑골문자를 새길 시절부터 변함없는 글의 속성은 영원히 보존된다는 점이다. 일단 써두면 지우기 전까지 남아있다. 요즘에는 [삭제] 버튼만 누르면 손쉽게 지워버릴 수 있으니 괜찮다고 할 수 있지만, 혹시 누군가 내가 쓴 글을 ‘박제’할지도 모를 일이다. 글의 무게를 아는 사람은 환경과 관계없이 신중하다.


나는 사소한 글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두 가지 측면에서 풀이할 수 있다. 첫째는 글에는 모서리가 있어서 누구에게든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것. 흔히 악플러를 개도할 때 전할 법한 말 같지만, 사실 나부터 이 점을 되새겨야 한다.


한번은 단체 카톡방에서 미디어아트 작품을 설명하는 글에 대해 이야기할 일이 있었다. 그 방에 4명은 가까운 지인으로, 내가 글 쓰는 일을 하고 있던 걸 알고 있었던 상황. 지금 와서 돌아보면 눈치껏 내가 그 일을 도맡았어야 했는데, 나는 너스레를 떤답시고 해서는 안 될 말을 해버렸다. “얼마까지 알아봤는데?” 어디까지나 농담이었지만 싸늘해진 분위기 속에서 나는 졸지에 속물이 돼버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건 농담이었다고, 워낙 당시 분위기가 심각했길래 나름 누그러뜨리려 한 거였다고 변명할 수 있었다.


둘째는 글이 본래 가진 잠재력에 주목하는 것이다. 브런치, 블로그처럼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에 하나둘 나의 글이 쌓일수록 더 많은 독자가 확보된다. 따라서 꾸준히 글을 올리는 작업은 곧 독자를 늘리는 결과로 통한다.


때로는 오래전에 쓴 글을 다시 봐주는 독자가 생기기도 하고, 이슈가 된 단어와 엮여 평소보다 많은 이에게 내 글이 노출되기도 한다. 작게나마 글이 가진 잠재력을 끄집어낸 순간이라고 할만하다.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계기를 엮다 보면 사소하지 않은 영향력을 실감할 기회가 생긴다. 단, 전제 조건은 언제나 꾸준함이자 성실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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