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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Nov 26. 2020

할 것: 탐사보도를 한다는 다짐으로

어제보다 잘 쓰는 법_87일 차

평소 뉴스타파, 셜록프레스, 유튜버 진용진 같은 탐사보도 채널을 좋아한다. 독자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끝까지 문제를 파헤치는 사람들. 그들의 콘텐츠를 볼 때마다 누구도 풀지 못한 문제에 집념을 갖고 매달리는 수학자가 떠오르기도 한다. 한편으로 내게 이런 취재가 주어진다면 나는 어디까지 파고들 수 있을 것인지 돌아보기도 한다.


이들의 태도에서 비롯된 나의 글쓰기 원칙이 있다. 독자가 더 궁금해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의미가 뚜렷한 글을 쓰는 것. 물론 항상 이 원칙이 지켜지는 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단어를 조금 고쳐 지침과 목표 사이에서 부유하는 말이라고 해두는 게 맞겠다.


이유야 여럿이겠지만 글을 쓰면서 쾌감이 들 때가 있다. 그중 하나가 어떤 대목을 구체화할지 보이는 경우다. 문장과 문장이 무리 없이 맞물리고 논리를 갖추면서 의미가 유려하게 전해지는 느낌이 든다. 글을 맺을 때까지 이 흐름에 차질이 없다면 마음에 드는 글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상태를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탐사보도를 한다는 다짐'이다. 다시 말해 독자가 의문을 품지 않게끔 구체적이면서도 친절한 글을 완성하겠다는 각오다. 그런 의미에서 매달 진행하는 인터뷰는 내겐 탐사보도와 다를 바 없다. 물론 세간의 관심을 끌 만한 사회적 이슈이거나 누군가의 삶을 뒤흔들 정도로 주목도가 높은 사건을 취재하는 건 아니다. 한 인물을, 한 조직을, 한 성과를 독자가 최대한 알아낼 수 있도록 돕는 탐사보도다.


꼭 거창한 일이 아니더라도 탐사보도를 할 수 있다. 철저히 감시당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나의 일상은 나만 안다. 그중 하루를 탐사보도한 뒤 글을 써본다면 일기와는 사뭇 다른 글이 나옴을 알 수 있다. 일기와 달리 중간에 '독자'라는 관찰자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매일 코로나19 관련 이슈를 모니터링할 겸 포털 사이트 뉴스를 본다. 보면 볼수록 궁금증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궁금해지는 기사가 많다. 그냥 많지 않고 무수히 많다. 이러한 경험이 잦다 보니 아예 모든 기사가 탐사보도를 통해 작성된 글이라면 어땠을지 상상하곤 한다. 아무래도 대폭 늘어난 분량에 독자는 줄겠지만, 그만큼 독자의 궁금증이나 오해도 줄어들 것이다.


나도 안다. 신속한 업로드로 확보한 조회 수가 곧 수익으로 연결되는 현재 시스템에서 긴 호흡의 기사가 흥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내일도 난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를 클릭하게 되고, 어김없이 불쾌할 것이다. 이 틈에서 지금 내가 쓰는 토막글 하나라도 독자를 위한 탐사보도가 돼야겠다고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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