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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Nov 28. 2020

할 것: 의심할 여지 없는 대목을 의심한다

어제보다 잘 쓰는 법_89일 차

웹 서핑을 하다가 '원어민처럼 발음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토막글을 봤다. 요컨대 Apple을 흔히 아는 '애플'이라고 하지 않고 '애아뽀으'라고 발음하는 것. 자매품으로 '미옄(Milk)'와 '틈메이러(Tomato)'가 있단다. 원어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훨씬 정확한 표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글로 표기한 문자 하나하나가 영어 발음을 더 비슷하게 묘사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글을 본 뒤 당연한듯 갖다 썼던 애플, 토마토, 밀크가 낯설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처럼 의심할 여지 없이 당연하다고 여겼으나, 실은 충분히 다시 생각해볼 거리가 있는 단어와 문장이 있다. 이런 표현은 때때로 마땅히 더 정확하고 신선한 표현이 있음에도 고민을 제쳐두도록 만든다. 글쓰기에서 익숙함에 맞서는 태도가 필요한 이유다.


따라서 나는 기사의 초고를 수정할 때 내 원고에서 자주 보이는 표현이 없는지 유심히 살펴본다. 그러다 보면 "개발했다"는 "기능을 한층 강화했다"로, "실시했다"는 "자리를 마련했다"로, "긴밀한 협업"은 "짧고 굵게 머리를 맞댄 결실"로 바뀌곤 한다. 언젠가 이 표현에 인이 박인다면 나는 또 더욱 정확히 실체를 짚을 수 있는 문장을 찾아낼 것이다.


비단 사물이나 사실을 묘사하는 경우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개인적인 감정, 경험을 서술할 때도 의심의 여지 없이 당연한 듯 써버리는 표현이 꽤 많다. 글에서 이러한 대목을 골라 더 적합한 말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 때 글은 완성도를 더한다. 그런데 그것이 만약 많은 이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대목이었다면? 상식과 통념을 뒤집고 신선도마저 더할 수 있다. 


그렇게 '애플'을 '애아뽀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듭하다 보면, '글쓰기는 진실에 다가가는 작업'이라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나의 애착과 고집이 달라붙는 소재가 생긴다. 몇몇은 금세 식어버리기도 하지만 또 다른 몇몇은 오래도록 남아서 언젠가 그 소재에 관해 쓰고 말겠다는 결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한다. 내게는 지금 업으로 삼고 있는 '글쓰기'가 그랬다. 결국 참지 못하고 이렇게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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