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잘 쓰는 법_90일 차
사보 기자로서 기사를 쓰며 키워진 능력 중 하나는 '재빠른 모드 전환' 능력이다. 정보를 전하는 인포 칼럼, 성과를 조명하는 인터뷰 칼럼, 따뜻한 사연을 전하는 칼럼, 가벼운 콘텐츠를 소개하는 흥미 위주의 칼럼, 명사의 인사이트를 듣는 인터뷰 칼럼 등 저마다 다른 입장이 돼서 글을 써야 한다.
성과를 조명하는 칼럼을 정보를 전하듯 쓰면 공적을 나열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 글이 나온다. 이렇게 쓸 바엔 차라리 PPT에 성과를 요약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또 가벼운 콘텐츠를 소개하는 칼럼을 성과를 조명하듯 너무 진지하게 써버리면 얼른 넘기고 싶은 페이지가 될 뿐이다.
따라서 마감이 닥쳐 한 번에 여러 칼럼을 쓰다 보면 재빠른 모드 전환이 필수다. 칼럼별로 그에 맞는 필자 모드가 돼야 하는 것. 이때 인터뷰이와 독자의 입장을 짧게 정리한 뒤 수시로 보며 글을 쓰면 적잖이 도움이 된다.
작년에 사내 창업 프로그램에서 발굴한 아이템을 실제로 오픈한 두 직원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실제로 회사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지만 그렇다고 회사를 추켜세우면 이들의 공이 가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걸 덥석 그들만의 공으로만 돌리기에는 분명 아쉬운 구석이 있었다. 더군다나 이건 '사보' 기사다. 어떻게든 독자에게 회사 차원에서 전할 법한 메시지를 써야 한다.
결국 나는 이해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상세히 입장을 적기 시작했다.
회사: 직원들의 창의성과 자발성을 촉발하는 사내 창업 프로그램의 성과를 제시한다.
인터뷰이: 제한된 영업 환경에서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내놓았다. 이 점을 강조하고 싶다.
독자: 인터뷰이가 성과를 창출한 비결이 궁금하다.
나: 인터뷰이와 동일.
정리하고 나니 원고를 쓰다가 한쪽의 입장으로 치우치는 일을 줄일 수 있었다. 그 결과 당시 나는 전문에 이 성과가 사내 창업 프로그램을 통한 성과라는 점을 명시하고, 본문에 사업 아이템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더불어 이를 가능케 한 비결을 전하는 방식으로 글을 갈무리했다.
글에 따라서 내 글에 얽힌 입장은 5개가 되기도 하고, 7개가 되기도 한다. 특히 팀을 인터뷰한 날은 두 자릿수가 넘어갈 때도 있다. 그때마다 촘촘한 입장 정리를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내 글을 읽는 이들을 최대한 만족시킬 수 있게끔 쓰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