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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Dec 09. 2020

100일간의 일일 연재를 맺으며

어제보다 잘 쓰는 법_100일 차

써두지 않으면 허공에 흩어질 것들이었다. '이렇게 쓰면 되는구나'라고 깨달았던 순간들을 기억에서 고집스럽게 끄집어내, 억척스럽게 새긴 지난 100일이었다.


다 모아보니 대체로 이런 말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쓰기 위해 집념을 발휘하되 그 집념의 뒤를 밟는 고집과 집착은 버리는 훈련을 할 것, 쓰던 대로만 쓰려는 익숙함과 싸우기 위해 자기 글을 낯설게 바라볼 것, 스스로 글을 쓰도록 만드는 소재가 무엇인지 살필 것(e.g. 파이썬 관련 글), 글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톡톡히 하는지 돌아볼 것 등이다.


100편 중 '할 것'이 '말 것'보다 훨씬 많았던 것을 보면, 나는 나처럼 더 나은 글을 쓰고 싶은 이들에게 자제보다는 시도를 권하고 싶었나 보다. '일단 써보자'라는 다그침 같은 것 말이다. 실제로 그랬다. 이것저것 계산하지 않고 무턱대고 쓰다 보면 글쓰기를 가로막는 많은 장애가 오히려 사라졌다. 따라서 글 자체가 목적이 된 사람들이 글을 잘 쓸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나는 이해한다.


100일간 연재를 끝마친 지금, 대단한 교훈이나 극적인 성장 같은 것은 없다. 오히려 피로감이 몸을 짓눌러 마땅히 느껴야 할 희열, 쾌감 같은 것들이 무감해진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다. 불과 어제, 평생 가지 않던 종류의 병원을 간 것도 이번에 쌓인 피로와 연관이 있는 게 분명하다. "최근에 무리한 적 있나요?"라고 묻는 의사의 말에 나는 곧바로 지난 100일간의 글쓰기를 떠올렸다.


그럼에도 건강이 조금 상해도 억울하지 않을 만큼 뚜렷한 수확 하나. 내가 이렇게까지 글에 매달릴 수 있는 필자임을 스스로 확인했다는 것. 이는 다시 말해 삶을 뒤바꿀 정도의 충격이 일지 않는 한, 나는 계속 문장과 씨름하며 삶에다가 한 편 한 편 글을 덧대갈 수 있다는 뜻일 터다. 물론 글을 업으로 삼으면서 다 때려치우고 싶어도 꿋꿋이 썼던 적은 많지만, 당시 그만두지 못했던 건 생업과 연관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101일 차는 없다. 나는 지쳤고, 적당히 쉴 것이다. 다만 가까운 미래에 지난 100간의 연재보다 더 글에 목맬 기회를 마련해 기꺼이 도전할 것이다. 굳은 다짐이 그 마음을 닮은 환경을 만들어낸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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