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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Sep 03. 2020

말 것: 중복된 단어를 쓴다

어제보다 잘 쓰는 법_3일 차

잔소리는 귀에 박히는 법이 없다. 필요 이상으로 자주 듣기 때문이다. 이 ‘잔소리’를 닮은 글이 있다. 같은 단어를 지나치게 반복하는 문장이다. 사실 한 번이라도 더 쓰면 몸에 익게 마련이기에 한 단어를 여러 번 쓰는 건 자연스럽고 편한 일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건 쓰는 사람 입장에서다. 읽는 사람은 똑같은 글자를 자주 보는 것만으로 피로를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같은 의미를 달리 표현하는 능력이다. 폭넓은 어휘력과 정확한 묘사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 어휘력이 넓지 않은 나는 강원국 작가님의 솔루션을 새기기로 했다. “네이버 국어사전 창을 열어둔 채 유사한 단어를 찾아보며 글을 쓰세요.” 


여기까지가 매번 글을 쓰기에 앞서 속으로 외는 다짐이다. 사보를 발행하며 마감이 임박하면 교열 전문가를 모시고 기자들이 쓴 글을 다 같이 돌려본다. 수십 년간 간행물에 실리는 글을 고쳐온 이분이 오면 앞서 왼 나의 다짐은 무색해진다. 내 눈에 안 보이던 반복된 문구가 여지없이 등장하는 것이다. 대략 이런 패턴이다.


업무는 ‘수행’할 수도 있고 ‘담당’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자주 ‘맡고 있다’고 쓴다.

행사는 ‘실시’할 수도 있고 ‘개최’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자주 ‘진행했다’고 쓴다.

시너지는 ‘도모’할 수도 있고 ‘결집’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자주 ‘꾀한다’고 쓴다.


때로는 낯선 단어라도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끌어다 쓰기도 한다. 단, 의미가 조금이라도 벗어난 단어를 쓰지 않도록 사전을 열어 꼼꼼히 확인하면서. 이때마다 글쓰기는 역시 '익숙함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백하건대 찾은 단어가 마땅치 않으면 나는 그냥 싸움에서 지기로 한다. 의미가 통하지 않는 단어를 부적절하게 쓸 수는 없으니. 져도 양심만은 지키는 싸움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이러한 노력을 아무리 기울여도 별수 없이 여러 번 쓰게 되는 단어가 있다. 그 단어는 분명 필자가 전하고픈 핵심 메시지와 관련이 깊을 것이다. 마치 알갱이를 체에 거르듯 걸러내고 걸러낸 후 남은 결과물일 테니. 성미가 급한 나는 이를 빠르게 읽어내고 싶어서 파이썬을 이용해 단어 빈도 분석기(https://brunch.co.kr/@hjd1990/6)를 만들기도 했다. 자주 등장한 단어를 ‘단어구름’ 형태로 한 번에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단어 분석기에 이 글을 넣어보니 나온 결과는 이랬다.


‘글’ ‘단어’ ‘반복’ ‘나’ 정도가 되겠다. 맞다. ‘나는 단어가 반복된 글을 지양하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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