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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Sep 04. 2020

할 것: 가끔은 큰따옴표로 도입부를 연다

어제보다 잘 쓰는 법_4일 차

유독 기억에 오래 묵는 말이 있다. 스스로 그 이유를 되짚어보면 결국 '원래 가지고 있던 내 생각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들어서'일 경우가 많다. 지금부터 그런 말을 '따온 말'이라고 부르겠다.


나에게 인터뷰란 사전에 정리한 작성 포인트를 인터뷰이의 말로써 재확인하는 작업이다. 미리 생각한 주제를 갖고 인터뷰이와 만나는 것. 따라서 따온 말이 곧잘 인터뷰 기사의 주제 혹은 주요 메시지 중 하나로 이어지곤 한다. 나는 따온 말을 비교적 명확하게 건지는 날엔 큰따옴표를 붙여서 첫 문장에 배치한다. 크게 세 가지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첫째는 주목을 끈다는 점. 사람 말은 전달력이 강한 메신저다. 기사 한편을 보더라도 큰따옴표 안 문장에 시선이 박히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것 같다. 첫 문장에 따옴표를 달면 그 자체로 주의를 끌며 글을 시작할 수 있다.


둘째는 글에 현장감을 불어넣는다는 이다. 만나거나 현장에 가야만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따온 말은 그런 말이다. 글로 메시지를 전한다는 건 독자에게 필자가 대신 경험한 시간을 전하는 것이다. 그 시간을 일반 독자와 똑같이 보낸 필자의 글에 힘이 실릴 리 없다.


셋째는 자연스럽게 두괄식 구성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이다. 꼭 주제만이 아니더라도 주제로 이어질 법한 핵심 내용을 앞에 둘 수 있다는 건 글쓴이로서 적지 않은 소득이다. 세상에는 배경을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는 것을 기다려주지 않는 독자가 많다. 영상도 마찬가지더라. 그래서 요령 있는 편집자는 유튜브 영상 중간 즈음에 나올 재미 포인트를 맛보기로 먼저 배치하기도 한다.(e.g. 유튜브 워크맨 채널) 따온 말의 역할 중 하나를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대목이다.


얼마 전 00사 브랜드 담당자들을 인터뷰했다. 언택트 문화가 곳곳에 퍼진 요즘 유명 뮤지션을 중심으로 한 공연 영상을 기획함으로써 브랜드를 홍보하는 사람들이었다. 인터뷰에 앞서 내가 정한 주제는 '2030세대와 소통하는 감각'. 반갑게도 인터뷰 중 따온 말이 나왔다.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는데 그중 그들에게 가장 큰 응원이 됐다며 소개한 어느 댓글이었다.


"내가 유튜브 광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다니…."


나는 또다시 따온 말을 기사의 첫 문장에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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