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d Sep 05. 2020

할 것: 글쓰기는 베어 그릴스처럼

어제보다 잘 쓰는 법_5일 차

글쓰기를 위한 마인드셋에 도움을 받은 프로그램을 하나 소개한다. 다름 아닌 영국 디스커버리 채널의 <Man vs Wild>다. 유일한 출연자이자 세계적인 생존 전문가 베어 그릴스는 열대우림이나 북극 같은 오지를 다니며 맨몸으로 몸소 생존법을 보여준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프로그램이어서 2019년부터는 우리나라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도 볼 수 있다. 채널명은 '디스커버리 서바이버'다.


나는 베어를 보며 세 가지 글쓰기 원칙을 되새긴다.


첫째는 일단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Man vs Wild>에서 베어는 한겨울 설원 한가운데서 동사하지 않기 위해 젖은 옷을 벗고 눈 위에 구르는가 하면, 나무줄기를 엮어 폭포가 흐르는 암벽을 타기도 한다. 자세히 보면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을 다지는 용기가 아닌, 몸에 밴 직관에서 비롯된다.


글을 쓸 때 너무 많은 생각이 실천을 방해할 때가 많았다. 이 사실을 깨닫고부터 먼저 흰 창에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는 습관을 들였다. 흔히 글의 첫 시작은 용기를 요한다고 말한다. 나는 이 말이 더욱 글쓰기를 어렵게 한다고 생각한다. 목적이 대략 정해지면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을 아무렇게나 적어보는 것. 결과적으로 이 방법이 한 줄이라도 더 쓰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됐다.


오지에서의 생존과 달리 글쓰기는 숙련자가 아니라도 글자만 안다면 얼마든지 직관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펜을 들어 종이에 쓰거나 워드 창을 열어 자판을 누르기만 하면 될 테니 말이다. 자신이 쓴 글이 독자에게 어떻게 비칠지가 걱정이라면 일단 쓰고 난 후 차근차근 고쳐도 늦지 않다.


다음은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베어는 영국군 특수부대 SAS를 전역한 후 오랜 시간 오지를 탐험했다. 고도로 단련한 몸과 정신을 바탕으로 언제나 침착함을 유지한다. 그래서 이성적으로 정확하게 상황을 전달할 수 있다. 아무리 기쁘거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감정 표현은 넘치는 법이 없다. 딱 필요한 만큼, 몰입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만 '기쁘네요'라거나 '역겹군요'라고 말한다.


단어를 고르며 뿌리치기 힘든 유혹 중 하나는 감정이나 설명이 과해지는 것이다. 고백하자면 이미 과거에도 있었던 성과를 '독보적'이라고 이른 적이 있고, 대체로 반복하는 취미를 "빠지는 법이 없다"고 적은 적이 있다. 그렇게 쓰는 편이 읽기에 자연스러워서 그랬다. 반면에 좋은 글은 과장이 없다. 베어를 보면 가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글이 가장 감동적인 글"이라는 톨스토이의 말이 떠오른다.


끝으로 어떠한 상황에도 독자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바다 수영, 암벽 등반, 악어 사냥 등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장면에서도 베어는 상황마다 주의할 점과 알아두면 유용한 지식을 계속 설명한다. 매 순간 시청자와 동행하며 대화하는 듯하다.


나는 스스로 만든 가상의 독자가 내 글을 본다고 상상하며 글을 쓰고자 한다. 그런데 마감이 닥칠 때는 쓰기 바빠 가상의 독자를 불러낼 겨를이 없다. 사실 마감이 바빠진 지 꽤 됐으니, 어느 순간 독자가 내 글을 본다는 사실을 잊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어를 보며 나부터 다시 다짐해야겠다. 독자를 위한 글을 쓰자고. 누구도 봐주지 않는 글은 쓸모를 잃은 거라고.




작가의 이전글 할 것: 가끔은 큰따옴표로 도입부를 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