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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Sep 07. 2020

할 것: "정말 쓰려던 말이 맞아?"라고 자문하기

어제보다 잘 쓰는 법_7일 차

그 글은 내가 썼지만 내 글이 아니었다. 월별 주제에 맞게 사보에 실을 칼럼을 쓰며 한 이론서를 참고했다. 두께도 두껍고 내용이 쉽지 않아 요지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결국 마감 일정이 닥쳐와 허겁지겁 쓴 글이 내 글 같지 않았다.


원인은 분명했다. 책 내용을 전하는 데만 지나치게 초점이 맞춘 것. 이대로 글을 실을 수는 없었다. 도입부를 제외한 구간을 초록색으로 표시한 후 엔터 키를 30번 정도 눌러서 다음 페이지로 옮겼다. 흔히 글을 대대적으로 수정할 때 버릇처럼 반복하는 행동이다. "탁! 탁! 탁! x10" 빠르고 세게 엔터 키를 누르는 소리는 꼭 주변 사람의 주목을 산다. 의도치 않게 팀원들도 당시 내가 겪은 혼란을 눈치챘을 터다.


이후로도 '분노의 연타'를 몇 번이나 거듭하고서야 비로소 요령이 생겼다. 나는 글을 쓰는 중간중간 스스로 질문을 한다. "정말 쓰려던 말이 맞아?"라고. 이 방법이 가진 효과는 놀랍다. 과장을 멈추도록 만드는가 하면, 단어를 더 정확한 표현으로 대체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문을 거듭하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때로는 명료해진 생각이 다듬어진 문장으로 나타나 더 자연스러운 문체를 깔기도 한다.  


앞서 내가 봤다던 이론서는 '조직문화'에 관한 저서였다. 기업이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이론과 솔루션을 정리한 책이다. 그중 관련 분야의 석학인 에드거 셰인 교수의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조직문화를 개선하려면 구성원이 의심할 여지 없이 당연시하는 생각이나 가치, 즉 '기본 가정'을 파악해야 한다고.


글쓰기도 마찬가지 아닐까. 원래 하려던 말을 글로 옮기기 위해 문장을 덧대다가 보니 전혀 다른 말을 하게 되는 경험. 누구든 한 번쯤 있을 것 같다.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썼거나, 생각과 다른 글을 썼음을 뒤늦게 깨달은 경우다. 글을 쓸 때도 당연히 내 생각이라 여겼던 메시지가 진짜 그런지 의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자문한 끝에 실로 하려던 말을 옮긴 글은 인위적이지 않다. 진정성이 배니 힘이 실리는 경향이 있다. 나는 매번 그런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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