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잘 쓰는 법_18일 차
졸음이 쏟아져 카페인도 제역할을 못 하면 나는 가끔 주어와 술어가 틀어진 문장을 쓴다. 가령 "신기술 스타트업의 출범했다"는 식이다. 이처럼 글쓰기는 언제나 집중력을 요하는 데 비해 몸이 전혀 따라주지 않을 경우가 있다. 그때마다 원하면 언제든 집중력을 끄집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싶다고 상상한다. 마치 스위치를 켜고 끄듯이.
사보 기자로 일하며 얻은 소득 중 하나는 달마다 마감이 저절로 정해진다는 것이다. (가끔은 가혹하기도 하지만) 그러면 싫든 좋든 끝을 볼 때까지 쓰게 된다. 수 십번의 마감을 치르고 보니 '집중력 스위치'를 작동하는 방법을 찾았다. 요컨대 스스로 기한을 정하는 것. 단순히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킨다는 차원이 아니다. 직접 효과를 본 두 가지 요령을 자세히 소개한다.
먼저 자신이 정한 기한을 최대한 많은 주변 사람이 알도록 하는 것. 우리 입으로 뱉은 말이 다시 우리 귀로 들어갈 때, 혹은 우리 손으로 쓴 말이 다시 우리 눈으로 들어올 때는 말에 무게가 생긴다. 이 무게는 청자의 수에 비례한다. 그렇게 여러 사람이 알고 나면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말이 된다.
이 점을 활용해 '언제까지 글을 쓰겠다'고 공표하면 동시에 책임감이 우러나온다. 이제 반드시 맺어야 하는 글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뜬금없이 팀원들에게 "오늘 이 칼럼 다 쓸 거예요"라고 말하곤 한다. 집중력 스위치를 켜는 순간이다.
물론 이 방법을 원치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또는 주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글을 쓰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필자를 위해 '사방에 써두는 방식'을 권한다. 나는 카카오톡 채팅창 중 가장 위에 고정한 나와의 대화방에도, 바탕화면에 저장한 메모장 파일에도, 들고 다니는 수첩에도 기한을 써놓는다. 다른 사람 말을 여러 번 들으면 잔소리가 되지만 내가 쓴 말을 여러 번 보면 결심이 된다.
자신에게 적절한 페이스를 찾기까지는 기한을 지키지 못할 때도 많을 것이다. 그때마다 다음 기한을 더 느슨하게 잡고, 계속 시도하는 리듬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연습 끝에 집중력 스위치가 몸에 익는다면 이전보다 더 꾸준히 쓰는 필자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