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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Sep 18. 2020

할 것: 기한을 알린다

어제보다 잘 쓰는 법_18일 차

졸음이 쏟아져 카페인도 제역할을 못 하면 나는 가끔 주어와 술어가 틀어진 문장을 쓴다. 가령 "신기술 스타트업의 출범했다"는 식이다. 이처럼 글쓰기는 언제나 집중력을 요하는 데 비해 몸이 전혀 따라주지 않을 경우가 있다. 그때마다 원하면 언제든 집중력을 끄집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싶다고 상상한다. 마치 스위치를 켜고 끄듯이.


사보 기자로 일하며 얻은 소득 중 하나는 달마다 마감이 저절로 정해진다는 것이다. (가끔은 가혹하기도 하지만) 그러면 싫든 좋든 끝을 볼 때까지 쓰게 된다. 수 십번의 마감을 치르고 보니 '집중력 스위치'를 작동하는 방법을 찾았다. 요컨대 스스로 기한을 정하는 것. 단순히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킨다는 차원이 아니다. 직접 효과를 본 두 가지 요령을 자세히 소개한다.


먼저 자신이 정한 기한을 최대한 많은 주변 사람이 알도록 하는 것. 우리 입으로 뱉은 말이 다시 우리 귀로 들어갈 때, 혹은 우리 손으로 쓴 말이 다시 우리 눈으로 들어올 때는 말에 무게가 생긴다. 이 무게는 청자의 수에 비례한다. 그렇게 여러 사람이 알고 나면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말이 된다.


이 점을 활용해 '언제까지 글을 쓰겠다'고 공표하면 동시에 책임감이 우러나온다. 이제 반드시 맺어야 하는 글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뜬금없이 팀원들에게 "오늘 이 칼럼 다 쓸 거예요"라고 말하곤 한다. 집중력 스위치를 켜는 순간이다.


물론  방법을 원치 않는 사람이 있을  있다. 또는 주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글을 쓰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필자를 위해 '사방에 써두는 방식' 권한다. 나는 카카오톡 채팅창 중 가장 위에 고정한 나와의 대화방에도, 바탕화면에 저장한 메모장 파일에도, 들고 다니는 수첩에도 기한을 써놓는다. 다른 사람 말을 여러 번 들으면 잔소리가 되지만 내가 쓴 말을 여러 번 보면 결심이 된다.


자신에게 적절한 페이스를 찾기까지는 기한을 지키지 못할 때도 많을 것이다. 그때마다 다음 기한을 더 느슨하게 잡고, 계속 시도하는 리듬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연습 끝에 집중력 스위치가 몸에 익는다면 이전보다 더 꾸준히 쓰는 필자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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