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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Sep 19. 2020

할 것: 한층 구체적으로

어제보다 잘 쓰는 법_19일 차

술술 읽히는 문장에는 여러 특징이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유념하는 성질은 '구체성'이다. 궁금증이 생길 여지가 없을 정도로 구체적인 글은 친절한 태도가 배어 있다. 사족이 아닌 선에서 친절함을 불어넣어 구체성을 갖추는 3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역시 스스로 효과를 검증한 것들이다.


첫째는 예를 드는 것. 꼭 '예를 들어'라고 밝힌 후 문장을 시작하자는 것이 아니다. 사보를 만들며 성과를 낸 팀을 인터뷰하다 보면 꼭 목적을 달성한 비결을 묻게 된다. 그러면 돌아오는 답은 보통 '때에 맞는 전략' '의기투합' 정도로 요약된다. 전부 뜬구름 같은 말이다. 어떻게든 부연해야 한다.


재차 질문을 던지면 전자는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추진한 전략'이나 '코딩 언어를 배우는 사내 교육 제도'로, 후자는 '수평적인 분위기'나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팀워크'로 의미가 세분화된다. 예시를 건지는 순간이다. 결국 예시를 덧붙이는 작업은 더 고민하고 조사한 끝에 가능한 대목이다. 내게는 3가지 중 가장 어렵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래서 매번 쓴다.


둘째는 가능하면 일상어를 쓰는 . 일상에서 사람들이 쓰는 말은 귀뿐 아니라 눈에도 잘 붙는다. 그 자체로 맥락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긍정어만 있는 "너나 잘하세요"를 긍정적 의미로 받아들이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칼럼 제목에 썼던 말로 살펴보면 '고객의 의견에서 비롯된 성과'보다 '고객의 목소리가 해답입니다'라는 한 마디가 더 잘 읽힌다. 무조건 구어체가 좋다는 뜻은 아니다. 문체를 헤치지 않으면서   있는 일상어를 발견했을  넣어보자는 이야기다. 눈에 띄게 가독성이 올라갈 것이다.


셋째는 숫자를 넣는 것. 즉 시간이나 성과, 범위 등을 명시하는 것이다. 글에 두루뭉술한 정보가 쌓일수록 메시지 전달력은 급격히 약해진다. 반면 잘 읽히는 글은 디테일이 살아있다. 같은 맥락에서 신입 사보 기자가 된 후 유독 자주 고쳤던 단어를 3개만 공개한다. '올 초', '유례없는 성과', '머지않아' 정도다. 어느덧 이 단어들은 '지난 2월'로, '8197억여 원'으로, '한 달 뒤까지'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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