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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Sep 20. 2020

말 것: 느낌을 내세우는 문장

어제보다 잘 쓰는 법_20일 차

"그냥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 오래도록 인기를 끈 드라마 <대장금> 중 어린 장금이 남긴 명대사다. 정 상궁(故 여운계 분)이 '왜 고기에 홍시가 들어갔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말에 답을 한 것. 이 말을 들은 정 상궁은 순수하면서도 명쾌한 답변에 활짝 웃으며 무릎을 친다.


자연스러운 발화 상황이라면 몰라도, 글쓰기에서만큼은 장금이식 설명이 통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독자와 필자가 가진 느낌 회로는 놀랍도록 제각각이다. '억울하게도'라는 단어 하나를 보더라도 누군가는 동의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필자의 고집을 읽을 것이다. 또 '고맙게도'라는 단어를 보고 누군가는 생뚱맞다고 생각할 수 있다. 느낌을 내세우면 필자의 태도가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느낀 바가 분명하니 마땅히 공감해줘'라고 말하는 꼴이 되고 만다. 부담스러운 문장이 되는 것이다.


사보를 만들며 스스로 은연중에 장금이 말한 '홍시 맛' 같은 단어를 남발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월마다 첫 페이지에 실리는 토막글을 쓸 때다. 사보는 독자 간 유대감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이에 따라 첫 글은 되도록 친근하고 따뜻한 말로 시작하는 편이 좋다. '고객의 사랑을 얻는', '따뜻한 마음'처럼 느낌을 앞세운 단어를 쓰게 되는 이유다.


매번 어렵지만 느낌을 잘 전하는 문장을 쓰기 위해  나름대로 연습하는 방법이 있다. 일단 감정을 덜어낸 상태로 묘사한다. 이후 느낌을 담은 단어를 조금씩 추가해보는 것이다. 이때 스포이트로 용액을 떨어뜨리듯 최대한 조심스럽게 첨가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비교적 쉽게 느낌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자, 이제 어린 장금이의 대사를 굳이 고치면 이렇다. "고기를 씹을수록 입안에서 단맛이 진하게 퍼졌고, 삼킬 때쯤 감 향이 부드럽게 풍기는 듯하여 그리 추측해보았습니다." 물론 실제로 대사를 이렇게 바꿨어야 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내가 그렇게 목석같은 사람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글쓰기 측면에서 독자에게 필자의 느낌을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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