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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Sep 21. 2020

말 것: '오늘은 잘 써지지 않는다'는 착각

어제보다 잘 쓰는 법_21일 차

유독 글이 안 써지는 날이 있다. 딱히 콕 집어 말할 순 없지만,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쓴 문장보다 쓸 문장이 많은 시기가 한 번씩 찾아온다. 주의할 점은 이때 '오늘은 글이  써진다' 스스로 정해버리면  또한 포기 모드에 들어간다는 . 급격히 피로가 밀려오고 능률이 떨어짐을 느낀다. 이처럼 마음이 불현듯 든 생각을 따라가는 경험, 누구나 해봤을 것 같다.


가끔 글을 쓰는 과정을 영상을 만드는 과정과 비교해본다. 만약 우리가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라면 실제로 업로드할 영상을 뽑는 '편집'만을 영상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더 오랜 시간을 들인  '대본 구성' '섭외' '촬영' '연출'은 그저 편집을 위한 준비 단계에 불과할까? 아마 아닐 것이다. 모든 과정을 마땅히 영상 작업 안에 포함하는 게 자연스럽다.


이후 유튜버 대신 필자의 입장을 대입해본다. 그제야 글을 짓는 작업에 '기획' '논지 정리' '자료 조사' '취재' 등 여러 단계가 포함되는 게 무리가 없어 보인다. 글쓰기란 '기록'하는 단계만을 이르는 말이 아니다. 유심히 따져보면 우리는 글을 쓰는 시간보다 글로 옮길 만한 생각과 경험을 축적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평소보다 타이핑한 활자 수가 빨리 늘지 않는다고 해서 글이 안 써진다고 단정하는 것은 조급하게 포기하는 셈이다.


나는 기록이 좀처럼 부진할 때 다른 단계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한다. 태세 변환이 나중에는 결국 기록의 속도를 끌어올려 준다. 이러한 마인드셋이 특히 절실할 때가 있다. 바로 마감이 닥쳐옴에도 진도가 도저히 나가지 않을 때다.


그때마다 은연중에 기록 단계에만 머물러 글을 쓰려 하진 않는지 돌아본다. 이후 다시 기록 전 단계로 돌아가 녹취록을 살펴보거나 얼개를 점검한다. 또는 수년전 책을 읽고 정리해둔 토막글을 꺼내 보기도 한다. 앞이 꽉 막힌 것 같을 때, 다른 단계에 집중하며 우회로를 찾는 것이다. 그 길로 "오늘은 글이 안 써진다"고 말하려는 나를 멱살을 잡아끌듯 고지로 인도한다. 그러면 열에 아홉은 글을 맺고 안도하며 말할 수 있다. "거봐, 결국 써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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