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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Sep 22. 2020

할 것: '경험 갈피'를 꺼내본다

어제보다 잘 쓰는 법_22일 차

기억에 뚜렷하게 남은 일은 그만큼 메시지가 선명한 문체로 나타난다. 그래서 쓰고 싶은 글을 쓰면 잘 읽히는 글을 쓸 확률이 높다. 무언가에 대해 '쓰고 싶다'는 감정은 마음에 담아둔 대상이 아니고서는 불러지지 않는 것이므로.


초고를 쓰고 보니 전반적으로 주제가 두루뭉술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다. 주로 흥미가 없는 주제를 다뤘을 때 그렇다. 어떻게든 메시지가 더 분명히 드러나도록 글을 다듬어야 하는 순간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지난 경험을 되짚어보는 데 열중한다. 사람은 인상 깊은 일을 겪으면 저절로 '경험 갈피' 새기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시간이 지나도 언제고 쉬이 떠오르는 기억, 누구나 여럿 있을 것이다. 이를 꺼내서 적절한 대목에 녹이면, 글에 한층 힘이 실리곤 한다.


그날은 거북목 교정기에 대한 토막글을 써야 했다. 거북목은 나와 먼 일이었고 어떤 말을 덧붙여도 실속 없이 중언부언할 뿐이었다. 회사 옥상에 올라가 오래도록 찬 바람을 맞은 뒤 다시 자리에 앉았다. 지금껏 늘어놨던 모든 생각을 비우고, 먼저 단어를 잘라서 보기 시작했다. 거북 / 목 / 교정 / 기(기계)….


'거북'을 보자 느닷없이 '구지가'가 떠올랐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고대가요다. 수험생 시절 언어 영역(요즘은 국어 영역)을 공부하며 알아듣기 어려운 고전문학이 어지간히 싫었던 나는 그나마 직관적인 단어로 쓰인 구지가를 보며 반가워했던 기억이 난다.


10년도 더 전에 경험 갈피를 꽂아둔 기억을 가져와 나는 이런 문장을 썼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현대에는 모니터가 직장인에게 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동료가 모니터의 꾐에 넘어가지 않도록 000 님이 거북목 교정기를 선물했다.

 

경험 갈피를 활용하는 법은 앞서 말한 대로다. 먼저 주요 메시지를 단어 단위로 잘라 보는 것. 문장이 길지 않다면 문장 단위로 잘라도 좋다. 그다음 이와 관련해 떠오른 경험을 곱씹어 본다. 마음과 머리를 비우고 최대한 차분하게 임하는 게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떠오를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끝으로 주제와 어울릴 법한 기억들을 하나하나 글에 대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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