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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Sep 23. 2020

할 것: 문장을 쓰는 원칙을 정한다

어제보다 잘 쓰는 법_23일 차

평소 문장을 쓸 때마다 유념하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원칙'이라고까지 거창하게 표현한 데는 이유가 있다. 어느 정도 부담을 느껴야 정제된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그렇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주관적인 문장을 쓰거나 주제를 끌고 가는 일관성을 잃고 만다. 나만 알아보는 글이 되는 것이다.


단, 원칙은 얼마든지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기존에 정한 항목이 질린다면 가차없이 바꾼다. 오늘 만든 항목이 내일은 쓸모가 없어질 수도 있다. 그때그때 느낀 바를 반영하되 초고를 쓰거나 수정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원칙을 유념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두 가지 방법으로 원칙을 정립한다.


첫째는 닮고 싶은 문체를 찾는 것이다. 사실 나의 글쓰기 롤모델은 김훈 작가다. 본인 스스로 자신의 글이 '뼈만 남았으면 좋겠다'고 밝힌 적이 있듯, 그의 문장은 군더더기가 없다 못해 '날카롭기'까지 하다. 그래서 누가 읽든 간에 쏙쏙 박인다. 이처럼 닮고 싶은 문장을 읽은 후 닮기 위해 필요한 항목을 정리하면 자연스럽게 원칙이 세워진다. 예를 들어 내가 김훈 작가의 문장을 기준 삼아 정한 원칙을 일부만 정리해본다면 이렇다.


조사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솔직한 문장이 깔끔해질 수 있다

상반된 개념일 지라도 둘 사이 공통점을 생각해본다


하나같이 어려운 지침이다. 종종 떠오를 때마다 노력하겠지만, 칼같이 지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둘째 방법은 더 쉽고 구체적이며 효과가 확실하다. 여러 사람에게 내 글을 보여주고 자주 지적한 문장이나 단어를 확인하는 것. 나는 이런 지적을 자주 받았다.


문장과 문장이 잘 이어지지 않는다

한문이 많다

접속사가 많다

광의의 표현을 쓴다

마무리를 급하게 맺는다

같은 단어가 여러 번 나온다


더 쓸 수 있으나 반성문이 될까봐 여기까지만 쓴다. 취합한 피드백을 반영해서 입맛에 맞게 원칙을 세우면 된다.


2년 전, 지금까지도 유용하게 사용하는 원칙을 한 책에서 뭉텅이로 발견한 적이 있다.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이강룡 저)라는 책이다. 여기서 추린 지침을 두고두고 보기 위해 사무실 모니터 아래 붙여두었다. 혹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독자가 있을 것 같아 아래 공유한다. 악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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