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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Sep 24. 2020

할 것: 마치 남이 쓴 글을 보듯

어제보다 잘 쓰는 법_24일 차

공들여 쓴 글은 아끼게 된다. 때로는 수정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그럼에도 마지막 문장을 맺는 것이 아닌, '수정'까지가 글쓰기다. 나는 글을 바룰 때 최대한 애착을 덜어내려 한다. 마치 남이 쓴 글처럼 다루려고 노력한다. 이 과정을 스스로 '낯설게 보기'라고 이름 붙였다.


낯설게 보기가 필요한 이유는 딱 하나다. 독자의 입장을 고려하며 글을 쓰기 위함이다. 마음에 드는 단어를 위주로 고르고 내게 편한 문체를 고집해서는 그러기가 요원해진다. 그것은 내 정신세계가 독특해서도, 특이한 문체를 구사해서도 아니다. 글쓰기는 많은 생각을 동원하는 작업이고, 누구나 생각이 깊어지면 사실과 전혀 다른 상상을 하게 되는 이유와 비슷하다. 객관적으로 봐야 실체를 짚는 글을 쓸 수 있다.


그러면 남에게 내 글을 보여주는 게 가장 쉬운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맞다. 그러나 섣불리 이것을 솔루션이라고 하기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다. 일단 나와의 관계를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내 글을 보는 사람은 드물다. 또 읽는 활동 자체가 에너지를 써야 하는 일이다. 각자 생활이 바쁜 마당에 진득하게 내 글을 봐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마찬가지 이유에서 SNS나 웹에 글을 올리는 방법도 쉽지 않다. 혹시 내 글을 진지하게 읽고 반영할만한 피드백을 건네는 사람을 찾는다면 정말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행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스스로 낯설게 보기를 해야 한다. 운보다 노력을 믿는 나는 두 가지 방법으로 낯설게 보기를 한다.


첫 번째는 다음날 다시 보는 것. 생명 활동에서 잠의 역할은 참 묘하다. 죽었던 것도 아닌데 다시 태어난 느낌을 들게 한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분리하고, 어제 쓴 글을 오늘 다시 보면 눈에 걸리는 부분이 속속 보인다. 분명히 어제의 나는 발견하지 못했던 지점이다. 단, 글을 쓸 당시 몰입한 정도에 따라 어제의 나와 분리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그럴 때는 며칠 더 간격을 둔 뒤 다시 원고를 본다.


 번째는 인쇄해서 보는 . 감각을 확장하면 글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원고 내용은 분명히 똑같은데 모니터에서 종이로 옮겨진 순간 고치고 싶은 지점이 생긴다. 모니터로 볼 때는 기껏해야 마우스를 만지작거리는 정도라면 종이는 손바닥 전체를 고루 쓰면서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소리 내 읽어보는 것도 효과가 있다. 입과 귀를 사용하는 것이다.


사실 나는 두 번째 방법을 쓸 때마다 인쇄하느라 드는 용지가 무척 아깝다. 그래서 종이에 올릴 글을 최대한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애쓰게 된다. 일종의 번외 효과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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