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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Sep 25. 2020

할 것: 들은 말을 요약하는 연습

어제보다 잘 쓰는 법_25일 차

오늘 들은 말 중 기억에 남는 말을 소개한다고 생각해보자. 거기에는 반드시 맥락이 있다. 누가, 어떤 말을, 왜 말했는지 등이 담길 것이다. 나는 오늘 이 말이 기억에 남았다.


"혹시 펌은 싫으세요?"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던 중 디자이너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질문이다. 나는 머릿결이 워낙 직모라서 곧잘 옆으로 뻗친다. 따라서 펌을 통해 부한 느낌을 가라앉혀 볼 것을 권유받은 것이다.


밑줄 친 130자짜리 글은 약 1분 동안에 걸친 대화 내용이다. 만약 녹취본을 받아적는다고 생각하면 최소 1000자는 넘을 것이다. '아 정말요? '그런가...' '음...' 같은 추임새가 족히 수십 번은 나왔을 것이기 때문. 이러한 말뭉치 속에서 맥락을 짚는 단어를 골라 정제하고 배치하는 작업,  '요약' 더없이 효과적인 글쓰기 훈련이라고 확신한다. 읽거나  것을 요약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결국 일반적인 글쓰기 패턴은 쓰고자 한 바가 있고, 그에 어울리는 내용을 다듬고 끌어오는 식이다. 따라서 모든 글쓰기는 요약을 기본으로 삼는다. 메뉴 판을 보고 "여기 있는 거, 다 먹고 싶다"라고 한 친구의 말을 '허기졌다'라고 쓰는 것도, "오늘 자리를 빛내주신 각 그룹사 및 사내외 귀빈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성황리에 마쳤다'라고 설명하는 것도 모두 요약이다.


물론 무조건 줄여서 쓰는 게 좋다는 뜻이 아니다. 상황과 감정, 생각을 명료하게 전하려는 노력을 강조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사이 이음새가 빈틈없이 주제를 향해 있는지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결국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대목이 아니라면 간결하고 촘촘하게 쓰는 것이 요약에 유리할 때가 많다.


사보 기자로서 한 달에 5~10명과 인터뷰를 한다. 최대한 온전히 인터뷰이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 녹취는 필수다. 이제는 원고 정리가 익숙해질 법도 한데 언제나 새롭다. 그도 그럴 것이 만나는 사람마다 다른 이야기를 할 터다. 매번 기사를 작성하는 난도가 제각각인 이유다. 완성한 원고를 인터뷰이에게 보내 "이대로 진행해주세요"라는 말을 들을 때면, 스스로 나의 요약이 틀리지 않았음에 안도한다.


나에게 요약은 언제나 도전이다. 이 글이 잘 요약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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