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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Oct 11. 2020

할 것: 여기서도 배짱이 필요할 줄이야

어제보다 잘 쓰는 법_41일 차

원고를 완성하고 한숨 돌리면, 가끔 이런 생각을 했다. 더 과감하게 썼다면 훨씬 능률이 올라서 더 매끄럽게 글을 맺을 수 있었을 거라고, 처음부터 너무 조심스러울 필요가 없었다고. 매번 뒤늦은 후회일 뿐, 글쓰기에 앞서 '배짱'을 갖추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잘 쓰고 싶거나, 민감한 주제를 쓸 때는 더욱 그러했다.


그날은 유난히 억울했다. 요새 또다시 주목받는 디지털 노마드의 업무 형태에 대한 칼럼을 쓰는 중이었다. 의욕이 앞서서 생각은 가득한데, 무엇 하나 제대로 된 소재가 끄집어내 지지 않았다. 재택근무가 인기고, 이것이 왜 효율적인지 같은 뻔한 내용은 전하고 싶지 않았다. 3번째 참고 서적을 샀음에도 쓸모 있는 대목이 없어 4번째 책을 구매한 참이었다. 더 이상 참고 자료에 기댈 수도 없었던 상황.


여지없이 마감이 닥치자 새로운 전략을 짰다. "일단 써놓고 고치자!" 내가 쓰는 문장에 판단을 맡긴 것이다. 전하고자 하는 바를 두서없이 무조건 쓴 뒤,연결점이 보이는 문장끼리 이으며 논리를 채워갔다. 이 과정에서 조사가 필요한 대목을 확인하고, 다시 참고 서적을 펼쳤다.


그런데 이게 웬걸, 아까는 대충 넘겼던 내용이 눈에 쏙쏙 들어왔다. 역시 목적 의식이 뚜렷한 상태에서 접하는 정보는 잘 흡수된다. 글쓰기가 꼭 퍼즐을 맞추는 과정을 닮았다고 느꼈다. 그렇게 금세 초고를 끼워 맞췄다. 이후 수정을 거쳐 글을 완성하면 될 일이었다.


이상 스스로 찾아낸 '배짱 챙기는 법'이다. 결국 완성을 '초고'와 '수정' 단계로 세분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글을 본업으로 삼든, 그렇지 않든 관계없이 초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필자가 생각보다 많다.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써내려고 하는 이들이다. 나도 사보 기자 1년 차까지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쓰려고만 했다. 쓸데없이 조바심을 키웠던 시기다. 넘치는 생각이 행동의 발목을 잡는 꼴이다.


반대로 생각할  없이 먼저 행동에 옮기는 습관은 고민을 삼켜버린다. 겪어본 바로,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좀처럼 도입을 시작하기 어려울  나는  스스로 이렇게 다그친다. "지금 쓰는  완성작이 아니라 초고다. 그러니 마음껏 쏟아내듯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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