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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Oct 12. 2020

말 것: 꾸준한 글쓰기를 막는 걸림돌①

어제보다 잘 쓰는 법_42일 차

지속가능한 글쓰기를 방해하는 3가지 요소가 있다. 총 3편의 글에 걸쳐 하나하나 짚어본다. 이렇게 써두면 장애 요인을 인지함과 동시에, 미리 조심하며 지혜를 짜낼 수 있다.


먼저 글쓰기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다. 이는 주로 나를 드러낸다는 부끄러움, 막연한 공포증, 귀찮음, 부담 등 여러 감정에서 비롯된다. 공통점은 모두 글쓰기를 ‘작업’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바탕이 된다는 점. 반면에 의식적인 작업이 아닌, 겪고 접한 바를 자연스럽게 풀어놓는 수단으로써 글쓰기를 택한 경우는 다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러한 글이 자주 등장한다. 매끄러운 문장과는 거리가 멀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억울함에 겨워 써 내려간 글을 보면 절로 몰입이 된다. 나는 단순히 필력이 있다고 해서 이런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뚜렷한 경험을 두고 고심한 뒤 단어를 골라 문장으로 풀어내는 노력이 가능케 한 일이라고 믿는다. 이 게시판 안에서 청원자에게 글쓰기는 작업이 아닌 생존 수단이다. 쓰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부정적 감정으로 글을 쓰자는 말은 아니다. 글쓰기에 드는 노동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몰입해서 쓸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것, 즉 글쓰기와 '라포'를 형성하는 것이다.


라포는 문화인류학자나 사회학자들이 흔히 쓰는 말이다. 조사 대상자와의 친밀한 신뢰 관계를 뜻한다. 그들은 라포를 만들기 위해 소수 민족 마을에서 몇 달씩 함께 지내는가 하면, 사냥이나 주요 의식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완전히 집단에 녹아들어 존재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만든 다음, '카메라'가 되고자 한다.


글쓰기와 라포를 만들기 위해 내가 택한 방법은 꺼내는 글쓰기가 아닌 보여주는 글쓰기를 하는 것. 두 방식의 큰 차이는 목적이 다르다는 점이다. 꺼내는 글쓰기는 내가 알거나 겪은 바를 소진하는 데 초점을 둔다. 그러다 보니 글감을 찾기에 급급하다. 때로는 헛되이 쓰지 않으려는 마음이 과장을 부르기도 한다. 나아가 자칫 독자를 가르치려 들 수 있다는 위험이 도사린다. 읽기 불편한 글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글이 분량까지 길다면 최악이다. 혹 읽어주는 독자가 있다면 그 독자는 친한 지인일 확률이 높다.


한편 보여주는 글의 주안점은 감정과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데 있다. 이미 겪은 경험은 고정적이지만 이것을 바라보는 시각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보여주는 글에서는 솔직하게 쓴다는 전제하에 같은 경험도 전혀 다른 각도로 얼마든지 써낼 수 있다. 소진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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