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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Oct 13. 2020

말 것: 꾸준한 글쓰기를 막는 걸림돌②

어제보다 잘 쓰는 법_43일 차

“월급은 ‘뽕’이야.” 대학시절 일찍이 취업에 성공한 고학번 선배가 말했다. 월급에는 마약과도 같은 성분이 있어서 따박따박 받다 보면, 성장을 잊은 채 월급날에만 의지하게 된다고. 그래서 나쁘다는 건지, 좋다는 건지. 알쏭달쏭한 말을 듣고만 있었다.


이제 그 심정을 조금 안다. 애초에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내 이야기를 박제하고 공유하기 위함이다. 그러면 삶에서 많은 것이 분명해진다. 또렷한 정신으로 생활할 수 있고, 후회 없는 선택을 자주 할 수 있다. 언젠가 모은 글을 어떠한 형태로든 발행해 수익을 만들 계획도 생겼다. 


바라던 대로 사보 기자가 된 후, 내가 쓰는 모든 글에 가격이 매겨졌다. 그렇게 만든 월간지는 에너지가 온통 독자를 향해 있는 글 뭉치였다. 때로는 독자의 눈치를 보며 진짜 쓰고 싶었던 말을 한 수 접기도 했다. 2주 뒤 들어오는 월급을 받으면 잠시 동안 ‘아, 또 해냈구나’라는 뿌듯함이 감돌았다. 그럼에도 한 달 내내 썼으나 내 이야기는 전혀 쓰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렇다고 이제껏 원고 마감에 치이다가 내 글을 따로 쓰는 리듬을 만들기도 쉽지 않았다. 의지를 발휘해 조금씩 쓰더라도 나도 모르게 사보에 실릴 기사처럼 글을 쓰듯 했다. 분명히 내 이야기를 쓰는데 자꾸만 독자의 시선을 끌어왔던 것이다.


이처럼 글에 대가가 따라붙는 순간 글쓰기 본연의 목적을 잊기 쉽다. 심지어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도 먼저 팔릴 수 있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발견해야 한다. 그러려면 결국 쓰고 싶은 바를 진솔하게 풀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외적 동기가 아닌 내적 동기를 먼저 찾아야 하는 것이다. 꼭 금전뿐만이 아니다. 좋아요나 라이킷, 독자의 호응에 대한 기대감 등도 모두 외적 동기다. 여기에 지나치게 몰두하다 보면 지속가능한 글쓰기는 요원해진다.


마침내 나는 결론을 내렸다. 내 글에 가치를 매기지 않고 쓰는 연습을 하자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며 쓰는 것이다. 여기서 마주하는 결핍은 좋은 재료가 된다. 부족한 정보를 조사하고, 부족한 가독성을 끌어올리고, 부족한 짜임새를 보충하는 일이 그 자체로 다음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테니. 나는 그것이 꾸준히, 자기답게 쓸 수 있는 글을 빚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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