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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Oct 14. 2020

말 것: 꾸준한 글쓰기를 막는 걸림돌③

어제보다 잘 쓰는 법_44일 차


매일 1100자 이상 쓰고 있지만, 하루하루 도전이다. 좀처럼 편해지는 법이 없다. 이러한 와중에도 분량 압박을 느끼지 않도록 마음을 다진다. 분량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면 매일 쓰기는 고역이 된다.


돌아보면 살면서 내가 써온 대부분의 글에는 곧잘 분량 제한이 따라붙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그랬다. 담임 선생님이 우리에게 매일 5줄 이상 일기를 쓰도록 했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본 논술 시험에서는 괄호 안에 '500자 내외' '1000자 내외' 같이 정해진 글자 수를 권고했다. 대학생이 되고부터 쓴 리포트와 논문은 10페이지 이상 써야 했고, 사보 기자가 된 후에는 분량을 맞추기 위해 내용을 덜거나 넣는 일이 일상이 됐다.


지금껏 이렇게 글쓰기를 접했다 보니, 글을 쓰기에 앞서 얼마만큼 쓸지를 정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잘 따져보면 말이 이상하다. 글자 수는 얼개를 짜고 살을 붙인 끝에, 메시지를 온전히 담았다고 판단한 뒤 세는 게 이치에 맞지 않나? 글을 쓰다가 어떤 생각이 새록새록 떠오를지 모를 일이다. 때로는 한 문장이 두 문단으로 발전하는가 하면, 생각의 오류를 발견하고 한 문단이 통째로 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애초에 글의 전체 사이즈를 정하고 거기에 맞는 글을 쓴다는 건 앞뒤가 바뀐 느낌이다. 분량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지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나는 종종 분량 압박이 종이에 글을 쓰던 시절의 잔재를 이어받은 결과가 아닐지 돌아본다. 모니터 창에 새겨지는 글은 아무리 많은 분량도 스크롤을 통해 편리하게 볼 수 있다. 또 하이퍼링크를 달아 내용을 쉽게 보충할 수도 있다. 때로는 유튜브 링크 하나가 장황한 설명을 대신할 수도 있다. 굳이 분량을 채우겠다고 이 내용을 글로 푼다면 오히려 독자의 집중도를 헤칠 뿐이다. 부족한 분량은 말을 늘려서 채우는 게 아니다. 생각을 보충하는 것이다.


물론 플랫폼에서도 독자가 읽기에 부담이 적은 분량이 있을 것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바는 그 분량이 압박으로 다가오면 꾸준한 글쓰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완성된 콘텐츠의 기준은 분량이 아니다. 성실함과 꾸준함에서 비롯된 내용의 깊이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제한을 걸어 두는 약속은 필요하다. ,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부담이 없는 수준이어야 한다. 내 경우에는 그 적정선이 1100자다. 각자에게 적당한 수치는 쉬이 정해지지 않는다. 혹 그것이 몇 자인지 알고 싶다면 우선 3줄로 시작하길 권한다. 엄지혜 작가는 《태도의 말들》에서 "6개월 동안 매일 3줄씩 쓰면 자신이 무엇을 쓰고 싶은지 보인다"는 말을 소개한 바 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이에게 알리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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