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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Oct 15. 2020

할 것: 건너 듣는 말은 가려 듣기

어제보다 잘 쓰는 법_45일 차

사람 말은 참 묘하다. 회사원 A가 시원찮은 복사기와 씨름하다가, 함께 있던 동료 B에게 "아, 못 해 먹겠다"라고 말했다고 치자. 그리고 B는 이 말을 자리에 없는 동료 C, D, E에게 전한다. 같은 내용을 들었음에도 이해하는 바가 제각각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C: 다 그럴걸! 대수롭잖은 일이구먼.

D: 안 그래도 A가 부쩍 힘들어 보이더라고.

E: A가 퇴사하는구나. 무슨 일 하겠대?


복사를 못하겠다던 A의 말이 졸지에 퇴사 선언으로 번질 것 같다. 다소 극단적인 예시가 됐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초 단위로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어쩔 수 없다. 사람이 가진 인지 체계가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초두효과'란 처음 받아들인 정보가 추후에 인식된 정보보다 더 강하게 인식되는 현상이다. 심지어 처음에 받아들인 정보에 오류가 있을지라도 예외는 없다. 첫인상과 고정관념도 여기서 비롯된다. 마찬가지로 위 대화에서 C, D, E는 A에 대해, 혹은 '직장 생활'이라는 큰 틀에서 각자 먼저 인식한 정보가 있을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판단하니 다들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정보를 전하는 글을   초두효과를 주의한다. '카더라 통신'처럼 건너 듣는 이야기를 경계한다.  여러 지성이 모여 완성하는 나무위키, 커뮤니티  정보도 쉬이 믿지 않는다. 이미 웹에는 건너 듣는 이야기가 공기처럼 떠다닌다. 사실인양 통용되는 것들도 태반이다.


미약하나마 바로잡는 마음으로 그중 한 가지를 소개한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티프를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로 아는 사람이 많다. 거짓 정보다. 실제로 <아이언맨> 첫 편이 개봉할 2008년 당시, 일론은 지금과 같은 성공한 혁신가의 이미지를 얻지 못했다. 같은 해 테슬라는 처음으로 전기차를 생산했으나, 2년 뒤에 회사가 상장되고 나서도 생산 관련 문제를 겪으며 고전했다.


실제 모티프는 오라클 CEO인 래리 앨리슨이다. 오라클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아울러 제공하는 글로벌 IT사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그는 1999년 12월 마지막 날부터 약 10년간 2조 2천억여 원을 벌어들이며 미국에서 가장 높은 보수를 챙긴 CEO로 꼽혔다. (참고 기사2) 실제로 <아이언맨> 시리즈에는 오라클이 지원한 기술이 자주 등장한다. (참고 기사2)


래리의 삶을 관심 있게 살펴본 사람들은 안다. <아이언맨> 속 악동의 이미지는 일론보다 래리에 더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건너 듣는 말들은 가려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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