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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Oct 16. 2020

할 것: 시도 때도 없는 Ctrl+S(저장)

어제보다 잘 쓰는 법_46일 차

한글이든 워드든 메모장이든 Ctrl+S를 누르면 파일이 저장된다. (윈도우만 해당된다. 맥은 안 써봐서 잘 모르겠다.) 힘겹게 받아적은 장황한 인터뷰 녹취록을 날린 뒤, 나는 원고를 쓰다가 이 단축키를 수시로 누른다. 이제는 제법 습관이 들어 글을 쓰다가 막힐 때 별생각 없이 누르기도 한다. 공들여 써둔 원고를 한순간에 날릴 위험이 사라진 것이다.


글을 쓸 때, 같은 문서 파일 안에서도 폰트 색을 달리하며 떠오른 바를 적어둔다. 나는 주로 미리 짜놓은 얼개는 초록색으로, 녹취 자료는 보라색으로, 참고 자료는 파란색으로 표시한다. 그다음 검은색으로 원고를 써 내려간다. 따라서 인쇄 전 검은색으로 표시한 영역만 인쇄를 해야 하는데, 간혹 이 작업을 빼먹고 초록, 파랑 영역까지 2, 3장을 더 뽑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무에게 미안하다.


나는 기본 프로그램인 메모장을 애정한다. 열기, 타이핑, 저장, 닫기 등 모든 절차가 빠를 뿐더러 아무리 복잡한 서식의 문서 파일도 메모장에 붙여넣기를 하는 순간 폰트만 남는다. 여러모로 군더더기가 없는 점이 마음에 든다. 메모장 파일은 아무리 저장하거나 지워도 대세에 지장이 없을 것 같은, 안전한 느낌이 든다. 부담없이 이것저것 적게 되는 이유다.


그런데 모니터 밖 일상에서도 Ctrl+S가 필요한 시점이 있다. 불현듯 떠오른 글감이 휘발되지 않도록 재빨리 적어 두는 순간을 말한다. PC에서 글을 쓸 때는 버튼 두 개를 이어서 누르면 그만이지만, 일상에서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사람마다 편한 방법이 있을 텐데, 나는 스스로 적합한 방법을 찾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먼저.노트 필기를 통한 Ctrl+S. 손글씨로 빽빽하게 채운 몰스킨 노트를 2권 갖고 있다. 돌아보건대 노트에 써둔 글이 PC에 저장한 것보다 더 나은 점이 무엇이었는지 딱히 모르겠다. 그저 펼쳐볼 때마다 느껴지는 보드라운 촉감이 좋을 뿐. 결정적으로 필요한 내용을 어디에 적어두었는지 한참을 찾아야 한다는 맹점이 있다. 그럼에도 몰스킨을 고집했던 건 솔직히 말해서 허세였던 것 같다.


이후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과 브런치 '작가의 서랍'을 이용한다. 특히 요즘은 브런치에 매일 한편씩 글을 쓰고 있어서 그때그때 작가의 서랍에 쌓아둔 글감을 꺼내오곤 한다. 이처럼 필요에 따라 가장 편하면서도 꾸준히 사용할  있는 툴을 고르면 된다. 중요한 점은 문서 파일에 원고를 쓰듯, 시도 때도 없이 Ctrl+S 는 게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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