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것: 시도 때도 없는 Ctrl+S(저장)

어제보다 잘 쓰는 법_46일 차

by jd

한글이든 워드든 메모장이든 Ctrl+S를 누르면 파일이 저장된다. (윈도우만 해당된다. 맥은 안 써봐서 잘 모르겠다.) 힘겹게 받아적은 장황한 인터뷰 녹취록을 날린 뒤, 나는 원고를 쓰다가 이 단축키를 수시로 누른다. 이제는 제법 습관이 들어 글을 쓰다가 막힐 때 별생각 없이 누르기도 한다. 공들여 써둔 원고를 한순간에 날릴 위험이 사라진 것이다.


글을 쓸 때, 같은 문서 파일 안에서도 폰트 색을 달리하며 떠오른 바를 적어둔다. 나는 주로 미리 짜놓은 얼개는 초록색으로, 녹취 자료는 보라색으로, 참고 자료는 파란색으로 표시한다. 그다음 검은색으로 원고를 써 내려간다. 따라서 인쇄 전 검은색으로 표시한 영역만 인쇄를 해야 하는데, 간혹 이 작업을 빼먹고 초록, 파랑 영역까지 2, 3장을 더 뽑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무에게 미안하다.


나는 기본 프로그램인 메모장을 애정한다. 열기, 타이핑, 저장, 닫기 등 모든 절차가 빠를 뿐더러 아무리 복잡한 서식의 문서 파일도 메모장에 붙여넣기를 하는 순간 폰트만 남는다. 여러모로 군더더기가 없는 점이 마음에 든다. 메모장 파일은 아무리 저장하거나 지워도 대세에 지장이 없을 것 같은, 안전한 느낌이 든다. 부담없이 이것저것 적게 되는 이유다.


그런데 모니터 밖 일상에서도 Ctrl+S가 필요한 시점이 있다. 불현듯 떠오른 글감이 휘발되지 않도록 재빨리 적어 두는 순간을 말한다. PC에서 글을 쓸 때는 버튼 두 개를 이어서 누르면 그만이지만, 일상에서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사람마다 편한 방법이 있을 텐데, 나는 스스로 적합한 방법을 찾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먼저.노트 필기를 통한 Ctrl+S. 손글씨로 빽빽하게 채운 몰스킨 노트를 2권 갖고 있다. 돌아보건대 노트에 써둔 글이 PC에 저장한 것보다 더 나은 점이 무엇이었는지 딱히 모르겠다. 그저 펼쳐볼 때마다 느껴지는 보드라운 촉감이 좋을 뿐. 결정적으로 필요한 내용을 어디에 적어두었는지 한참을 찾아야 한다는 맹점이 있다. 그럼에도 몰스킨을 고집했던 건 솔직히 말해서 허세였던 것 같다.


이후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과 브런치 '작가의 서랍'을 이용한다. 특히 요즘은 브런치에 매일 한편씩 글을 쓰고 있어서 그때그때 작가의 서랍에 쌓아둔 글감을 꺼내오곤 한다. 이처럼 필요에 따라 가장 편하면서도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 툴을 고르면 된다. 중요한 점은 문서 파일에 원고를 쓰듯, 시도 때도 없이 Ctrl+S를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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