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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Oct 17. 2020

말 것: 남들 다 쓰는 거 말고,

어제보다 잘 쓰는 법_47일 차

곧 연말이 오면 어김없이 포털 사이트에는 '송년 인사' 혹은 '새해 인사'가  인기 검색어로 오를 것이다. 그중 무난한 인사가 선택을 받고 조금씩 각색돼 사람들의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떠돌 것이다. 튀지 않으면서도 예의 바르고 싶은 마음이 모인 결과다. 


이처럼 짤막한 문장을 쓰면서도, 다른 사람의 글을 참고하지 않으면 쓰기 어려워하는 이가 많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글이 주는 공포감이 큰 몫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겪어본 바로 그렇다.


사보 기자가 된 후 마감을 여러 차례 마쳤음에도, 원고를 쓸 때마다 불안했다. 내가 쓴 글이 사보에 실릴만한 글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사보에 실린 선배들의 원고를 살펴보며 최대한 닮은 글을 쓰고자 했다. 가독성과 개성을 따질 여유 따위는 없었다. 어떻게든 글을 잘 넘기고 일을 배우는 게 중요한 시점이었으니까.


공포감을 해소해준 건 1년 차에 접어들 무렵 들었던 팀장님의 한 마디다. "쓰고 싶은 대로 마음껏 써봐." 이 말은 나의 글쓰기 이력에 새로운 마디를 새긴 말이다. 귀납적 사고를 연역적 사고로 바꿔준 말이기 때문. 전자가 남들이 쓴 글을 참고하려 닮으려고 하는 사고방식이라면, 후자는 독자적인 틀을 짜고 하나하나 맞춰가는 사고방식이다. 글쓰기에서 '남의 글이나 생각을 참고하며 쓰는' 귀납적 태도는 편리하다. 반면 '내 생각을 정하고 근거를 마련하는' 연역적 태도는 용기를 요구한다.


물론 마음대로 쓴 뒤 한동안 원고를 마감하는 속도가 느려지긴 했다. 그럼에도 완성작에 대한 만족도는 비교할 수 없이 높아졌다. 이제는 느려진 속도를 제법 끌어올리기도 했다. 


사람마다 쓸 수 있는 글이 다르다. 따라서 남들과 비슷하게 쓰려고 하는 건 어떤 면에서 본성을 억누르는 행위다. 글쓰기에서 연역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다. 이는 '솔직함'이라는 덕목과도 통한다.


여기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연역적으로 살았던 이달고 돈키호테다. 취업을 준비할 당시 읽었을 때는 두꺼운 분량이 벅차기 그지없었는데, 직장인이 되고 나니 그를 종종 떠올리게 된다. 빈도로 따지자면 분기별로 한 두 번 정도. 그리고 가끔 3년 전 <돈키호테>를 읽고 쓴 독후감을 다시 열어 본다. "쓰고 싶은 대로 마음껏 써봐"라는 말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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