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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Oct 18. 2020

할 것: 글이 써지는 흐름을 탄다

어제보다 잘 쓰는 법_48일 차

글이 저절로 써질 때가 있다. 이는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문장으로 술술 옮기는 것과는 다르다. 스스로 타이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몰입한 상태다. 그러면서도 쓰고자 하는 메시지가 매끄러운 문장으로 맞춰진다. 완성된 원고를 볼 때 마다 심심찮게 상당 분량을 채우는 건 바로 그 시점이 왔을 때였다.


따라서 처음에는 저절로 써지는 흐름을 타기 위한 다른 조건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경험상 적당히 취기가 올라서 쓰면 잠시나마 그러했다. 단, 술이 깨고 원고를 다시 보면 금세 깨닫는다. 도가 넘은 자아도취였음을. 역시 누군가에게 뵈는 글은 정신을 챙기고 써야 한다. 


그런가 하면 구미가 소재에 대한 흥미에 따른 것은 아닌지 돌아봤다. 아니었다. 오히려 쓰고 싶은 소재는 잘 쓰려는 의욕이 앞서 진도가 더디기 일쑤였다. 반면 좋지도 싫지도 않은 주제에 관한 칼럼이 예상보다 일찍 마무리되기도 했다. 


수면, 피로 같은 컨디션도 따져봤다. 분명 영향은 있었지만 결정적이라고 볼 순 없었다. 마감으로 박인 글쓰기 리듬이 익숙한 나에게 글을 쓰기 위한 컨디션을 조절하는 요령쯤은 있었다. 그것이 단련의 결과인지, 무감해진 버릇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참 헛다리를 짚다가 얼마 전 알아냈다. 일단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어야 한다. 만사가 귀찮거나 일상에 지쳐 있으면 안 된다. 이 상태를 유지하며 방금 맺은 문장에 집중해보자. 의미를 곱씹은 뒤 이어서 나올 메시지를 이것저것 떠올려 보는 것이다. 


글을 쓰는 창에서 깜빡거리는 커서를 기준으로 앞 문장, 그 앞 문장, 이제 쓸 문장을 각각 '현재' '과거' '미래'에 비유해보자. 보통은 커서 오른쪽, 즉 미래에만 신경이 쏠려 있지 현재는 잘 살펴보지 않는다. 그러다 비어있는 공간을 마음에 드는 글로 채우지 못하면 급격히 집중력을 잃는다. 반면 현재에 집중하면 조금 더 뚜렷하고 일관성 있는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카르페디엠'은 글쓰기에서도 쓸모 있는 잠언이라고 믿는다.


그러면 결국 거슬러 올라가 첫 문장은 어떻게 써야 할까? 이미 2일 차 연재에 정리한 바 있다. 요컨대 일단 글에 담고 싶은 내용을 무작정 풀어놓고 관련이 있는 내용을 짜 맞춰가는 것. 여러 가지 현재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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